다롄 이공대 연구소 "1인당 지원금 낮아 늘상 과도한 경쟁 벌어진다"
중국 한 제어계측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중국의 R&D(연구개발) 지출이 미국에 이어 압도적 2위지만, 1인당 R&D 지출은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R&D 연구인력이 워낙 많은 탓인데, 이 때문에 연구자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주도하던 R&D 주축은 민간으로 분명히 이양됐고, 이런 흐름은 화웨이와 텐센트 등 IT(정보통신)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다롄(대련)이공대 과학기술혁신관리연구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중국 연구개발자금 보고서 2024'를 펴냈다. 연구소는 격년으로 중국 R&D 자금 사용 내역을 추적해 2018년과 2020, 2022년에 해당 보고서를 냈었다. 이번이 네 번째 보고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월 2024년 중국 R&D 총 지출이 3조6130억위안(약 731조원)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올해 중앙정부 과학기술 R&D 예산만도 전년 동기 대비 10% 늘린 약 80조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여기에 지방정부와 기업 지출을 더한 올해 R&D 총지출은 800조원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2022년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중국의 R&D 지출 규모는 미국의 49.57%에 육박했고, 일본에 비해서는 3.16배 수준으로 많았다. 압도적 세계 2위인데, 이 흐름을 주도한건 역시 기업이다. 1995년부터 2022년까지 기업의 R&D 지출은 300억위안에서 약 2조4000억위안(약 486조원)으로 늘었다. 2022년 기준 전체 R&D 예산의 약 79%를 기업이 차지하며 R&D의 절대적 주체가 됐다.
기업 R&D는 압도적으로 컴퓨터와 IT 등 정보통신 및 전자장비 사업에 많이 투입됐다. 2조4000억위안 중 총 4099억9300만위안(약 83조원)이 해당 분야에서 지출됐다. 기업 R&D 지출은 역시 화훼이와 텐센트 양대 기업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두 회사 모두 2022년 기준 글로벌 R&D투자 상위 20위에 진입했는데, 특히 2022년 중국 10대 상장사 R&D 지출의 56.9%를 화웨이 혼자 쏟아부었다.
중국 R&D 예산 추이/그래픽=최헌정 |
연구소는 올해 보고서에 처음으로 1인당 R&D 예산 지출규모 항목을 만들었다. 이를 중심으로 중국 R&D 투자의 불균형 문제도 지적했다. 중국 과학기술지출 통계공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의 연구인력 1인당 R&D 자금 지출은 12만8000달러(약 1억9000만원)다. 연구소는 해당 금액이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며, G7 국가 중 가장 적은 이탈리아(1인당 12만5000달러)에 비해서도 적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R&D 종사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같은 2022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R&D 인력 총 수는 635만3600명으로 미국의 2.6배에 달했다. 쑨 교수는 "중국의 R&D 연구인력 수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한국 포함) 과학기술 주요 10개국 인력 총 수의 1.18배에 달한다"며 "인원은 많지만 1인당 연구지원금이 낮은 탓에 중국 연구자들은 늘상 경쟁 강도가 지나치게 치열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불균등한 R&D 자금 배분은 늘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쑨 교수는 "연구자금이 충분한 연구자들도 전문가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국가자연가확기금 일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연구비를 따가는 구조가 문제"라며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반 프로젝트들의 지원 경쟁이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시대가 된 것은 불균등 배분의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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