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의 시범경기에서 한화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3.1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꽃샘추위와 때 아닌 폭설도 지나가고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다. 그렇게 봄바람이 부는 22일 프로야구 KBO리그의 새 시즌 막이 오른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출범 후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 위상을 확인했다. 전국 야구장에는 경기 승패를 떠나 '야구 문화' 자체를 즐기는 야구팬으로 가득 찼고, 이들이 내뿜는 응원 열기는 무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시쳇말로 선수들은 야구할 맛이 났다.
그 뜨거운 인기는 해가 바뀌어도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야구를 향한 갈증은 더더욱 커졌다. 지난 18일 끝난 시범경기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평균 7661명으로 역대 시범경기 평균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한화는 올해부터 최신식 야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안방을 옮겼다. 관중 수용 규모도 이전 1만 2000석에서 2만 석으로 증가한 만큼 관중 유치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프로야구는 볼거리도 많다.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최정(SSG)의 통산 500홈런 대기록 도전은 물론 각 팀의 치열한 순위 경쟁,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활약, 재능 넘치는 대형 신인들의 가세도 흥미로운 요소다.
9일 오후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5.3.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들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시즌이지만, 비장한 각오로 그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있다. 흥행보다 더 중요한 성적을 잡아야 하는 감독으로선 '전쟁터'에 나가는 절박한 심정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성적이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잣대다. '능력 없는' 지도자는 가차 없이 쫓겨난다. 감독은 매일 성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한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이 다가오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고 진담 섞인 농담을 했다. 뼈 있는 발언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사령탑은 더더욱 속이 타들어 가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염경엽 LG 감독, 박진만 삼성 감독, 이승엽 두산 감독, 이숭용 SSG 감독, 홍원기 키움 감독 등 5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낸다.
우승 외에는 모두 다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우승하지 못했는데도 재계약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각 팀의 전력에 맞게 현실적 목표가 있다. 꼴찌 팀 감독에게 이듬해 우승하길 바라는 건 과도한 욕심이다. 제각각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 성에 차지 못한다면 결말은 다 같을 뿐이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신한 SOL Bank 2025 KBO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키움 홍원기 감독, 한화 김경문 감독, SSG 이숭용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 KIA 이범호 감독, LG 염경엽 감독, KT 이강철 감독, 롯데 김태형 감독, NC 이호준 감독.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는 오는 3월 22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팡파르를 울린다. 2025.3.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또한 지난 성공과 실패는 '과거'다. 우승 감독이라고 해서 오랫동안 자리가 보전된 것도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승 감독이 1~2년 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난 것만 세 차례나 된다. 결국 올 시즌 성적이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다.
최근 재계약을 맺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다른 5개 구단 감독도 성적이 신경 쓰인다.
프로야구에서는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시즌 도중 사령탑이 해임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성적, 선수단 장악, 건강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고 뭔가 틀어지면 회복하기가 힘들다. 감독 교체는 구단이 가장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운명의 출발선에 나란히 선 10개 구단 감독이다. 지금까지는 다 같이 웃었지만 개막 축포가 터진 뒤에는 모두가 웃을 수 없다. 전쟁터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승리와 자기 생존이 최우선 목표이자 가치이다.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감독들의 전쟁은 시작됐다.
rok195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