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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안식처이자 권리인 정원[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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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원 읽기
김지윤 지음
온다프레스 | 256쪽 | 1만8000원

회색으로 가득한 도시에선 초록색과 마주하기 어렵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색색깔의 꽃은 따로 시간을 내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됐다. 녹지를 둘러보는 일은 삶을 넉넉하게 한다. 반대로 녹지는 ‘넉넉한 자’들의 특권이 되기도 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녹지 면적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부유한 동네는 가난한 동네보다 공원 같은 푸른 공간의 비중이 높고 가로수도 더 많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저자는 곳곳이 도시화할수록 “개인의 정원은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 될 것”이라며 ‘모두의 정원’을 꿈꾼다.

저자는 영국에서 정원 디자이너로 일한다. 한국에서 조경학과 건축학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정원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시기에도 영국 런던의 정원 디자인 업계는 호황이었다고 말한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서인데, 이는 ‘정원 있는 집을 가진 사람들’의 수요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정원이 ‘모두에게 필요한 안식처’이자 ‘모두가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말한다.

영국에선 정원 가꾸기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 지역마다 식물 및 정원 도구 등을 판매하는 가든센터가 동네에 하나씩 있다고 한다. 영국은 왜 정원을 사랑할까. 영국인들에게 정원이란 위안과 희망의 공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겨울 동안 죽은 듯 보이지만 작게 숨을 고르고 있는 식물들을 곁에 두며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이다.

책에 한가득 실려 있는 꽃과 풀, 나무 사진들은 영국 정원 투어를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건조한 땅에는 건조함에 강한 식물을, 습한 땅엔 습함을 좋아하는 식물을 심으며’ 가꾼 정원을 거닐고 싶어진다.

저자는 식물을 모르는 이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책을 덮은 뒤, 길을 걷다 무심코 “저 풀의 이름은 뭘까?” 하고 궁금해질지도 모른다. 중력을 이기고 땅 밑에서 고개를 내민 풀과 꽃의 강인함이 새삼스럽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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