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고흐의 ‘별밤’은 6월에 빛나지 않았다고?[책과 삶]

경향신문
원문보기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
김정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 520쪽 | 2만4000원

전 세계 사람들이 ‘화가’라고 하면 떠올릴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반 고흐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고흐가 남긴 숱한 걸작 중에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그림은 어떤 이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 고흐가 그린 별과 밤하늘에 꽂힌 사람이 있다. 1986년 초등학생 때 핼리혜성을 직접 본 뒤 40년째 별과 밤하늘과 광학사진에 꽂혀 살고 있는 저자는 현재 망원경을 제조하는 천문학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와 함께 떠나는 밤하늘 답사기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캔버스에 유화, 73.7×92.1㎝, 1889.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캔버스에 유화, 73.7×92.1㎝, 1889.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잘 알려진 반 고흐 작품과 천문학적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 풀어가는 통상적인 스토리텔링 책이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미술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결론 내린 ‘별이 빛나는 밤’의 작화 시점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는 작화 시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1889년 6월19일보다 한 달여 뒤인 7월 하순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그림 속 밤하늘이다. 저자는 상당히 도발적인 이 가설을 현지 답사와 각종 자료 등을 통해 하나하나 입증해 나간다.

딱딱한 학술서는 아니다. 고흐의 ‘론강의 별밤’ ‘밤의 카페테라스’를 분석하면서 별자리 찾는 법을 알려주는 등 문외한들이 재미있게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힌트들이 책에는 수두룩하게 담겨 있다.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속 구절,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가 떠오른다.

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 담긴 이런 책이 요즘 같은 시대에도 나오고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2. 2한학자 통일교 조사
    한학자 통일교 조사
  3. 3박근형 이순재 별세
    박근형 이순재 별세
  4. 4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5. 5손흥민 리더십
    손흥민 리더십

경향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