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혐의 다툼 여지…방어권 지나치게 제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왼쪽)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03.21./뉴시스 |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구속을 면했다. 경찰은 기각 사유를 분석해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허준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퉈 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차장은 영장 기각 뒤 남대문경찰서에서 석방되면서 윤 대통령이 비화폰 서버 삭제를 지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지시가 어딨나?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리고 향후 어떤 사법 절차도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지시했느냐고 묻자 "아니라고 몇번 말했잖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기각사유를 분석해 향후 수사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차장 등은 지난 1월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관저 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호처 내 부당한 인사 조치,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 지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분께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법원에 도착한 김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으로 교육받고 훈련받고 배워왔다"며 "처벌이 두려워서 그 임무를 포기하면 경호처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는지', '적법한 영장 집행이라고 보지 않는건지' 등의 질문에는 "법률에 따라서 경호 임무를 수행한 것 뿐"이라며 "사전에 영장 개시나 고지 없이 무단으로 정문을 통과하고 침입했다. 침입했으면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훈 경호차장의 모습. /서예원 기자 |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잘못된 보도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1월3일이고 대통령과 문자를 주고 받은 건 1월7일이다. 어떻게 미래에서 과거를 지시하냐"고 했다.
윤 대통령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에 대해선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이 엄중한 시기에 휴가를 갔기 때문에 그 다음 책임자인 저에게 대통령님 안전, 국가원수의 안전만 생각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그에 대해 뭐라고 답변하겠냐. 숭고한 임무를 충성을 다하겠다고 답변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 지시 의혹도 부인했다. 김 차장은 "비화폰이 분실되거나 개봉되거나 제3자 손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번호 교체해 보안 조치하도록 반드시 하게 돼 있다"며 "그 규정에 따라 보안 조치한 강구한 것뿐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당시 총기 사용을 하지 않았다며 경호처를 질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이미 대통령실에서 밝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검찰에 제출 안 했냐'는 질문엔 "제출한 적 없다. 불출일시 반납일시 확인시켜드린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경호처 직원 해임 이유를 두고는 "이미 언론 보도도 있고 또 왜곡되게 보도된 것도 있지만 해임된 직원은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해서가 아니다"며 "집행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와 미팅을 갖고 거기에 따른 정보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원회 회부돼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에 답변하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
오전 9시53분께 법원에 먼저 도착한 이 본부장은 '오늘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할건지'의 질문에 "그냥 갈게요. 수고하세요"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날 법원 일대엔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들이 나타나 "경호처를 탄압하지마라", "경호처 무죄", "김성훈, 이광우 힘내세요" 등을 외쳤다.
김 차장은 1시간20여분 뒤인 오전 11시54분께 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했는지', '오기 전에 윤 대통령과 소통했는지', '영장 집행과 관련해 김 여사와 대화를 나눈 적 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량에 올라탔다.
이 본부장은 낮 12시23분께 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섰다. 이 본부장 역시 '어떤 부분 위주로 소명했는지', '계엄 전 챗GPT에 계엄, 쿠데타 등을 검색했는지', '영장 집행 전 김 차장에게 관저에 오면 다 때려잡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는지' 등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 1월18일과 24일, 2월13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반려했다. 이에 특수단은 지난 2월24일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에 검찰의 영장 반려가 적절한지 판단해 달라며 심의를 신청했고, 심의위는 지난 6일 경찰의 영장 신청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특수단은 지난 17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형법상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서울서부지검은 다음날인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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