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60주년 과거사 해결 우회적 당부
日도발-韓반발 되풀이..정치인 악용키도
트럼프 정부 출범에 격화되는 미중경쟁
한미일-한중일 협력 기제로 대응 필수적
"日국민이 먼저 손 내밀면 미래 향할 것"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
[파이낸셜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과거사 갈등을 의식한 듯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관계 발전 방안들을 발굴하고 ‘신선언’도 검토하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과거사 갈등이 걸림돌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조 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이시바 총리를 예방했다. 오는 22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가 계기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동행했는데, 이후 조 장관이 이시바 총리와 단독 면담에 나섰다.
그러자 조 장관은 “현재의 한일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유지키 위해선 양국이 상대가 변하길 기대하기보단 스스로 먼저 변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사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우리의 반발이 반복되는 상황을 끝내려면 한일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매년 독도 영유권 강변을 비롯해 역사를 왜곡하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도발을 반복해왔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협조해줬음에도 전체 역사 반영 약속을 어기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음에도 근본적으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우리 측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문제도 제3자 변제안을 먼저 제시해 일부 해소됐음에도 일 측이 상응하는 호응을 보여주지 않아 마무리되지 못했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만큼, 과거사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이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자구책을 요구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한일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상호 입국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여러 관계 발전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양국협력을 공고히 할 방법들을 망라한 신선언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데 따라 한일은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통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한미일과 한중일 각 3국 협력을 기제로 미중경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일이 서로의 필요성을 고려해서라도 과거사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공개된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국민이 먼저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픈 상처를 헤아리는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 국민은 분명 그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더 큰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양국 정치인들이 악용하는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 장관은 “한일 양국 정치인들의 공동 비전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정쟁은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80여년 전 아서 반덴버그 전 미 상원의원의 명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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