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모처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 그룹 계열사가 3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서 논란입니다. 기존의 주식 가치를 뚝 떨어뜨리는 조치라 개미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오늘(21일) 13% 급락했습니다.
한화와 한화시스템 등 그룹주들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어제 장 마감 후에 나온 유상증자 공시가 발목을 잡은 겁니다.
규모만 3조 6천억원으로 한국 증시 사상 역대 최대입니다.
회사 측은 마련한 자금으로 유럽 등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해외업체 인수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례 없는 유증 규모에 들고 있는 주식 가치가 희석될 처지에 놓인 기존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개인투자자 : 지금의 유증의 문제가 따지고 보면 주주들 피 빨아먹는 거예요. 기존에 장기투자해서 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안중에도 없는 거예요.]
증권업계에서도 자본 조달 방식을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7천억원으로 자체 현금흐름만으로도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단 겁니다.
[최광식/다올투자증권 연구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이 폴란드 등등 수출하면서 엄청 이익을 많이 내고 있거든요. 해외 방산 회사 M&A(인수합병)든 이런 부분들을 자기가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텐데…]
앞서 배터리업체 삼성SDI 역시 2조원 규모의 깜짝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주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보통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해요. 매출도 잘 나오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증자를 했다는 것은 사실 투자자들이 의아해할 만한 상황이죠.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기습적인 대형 유상증자 발표가 국내 증시 신뢰를 떨어뜨린단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 대응은 논란을 키웠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 공시 30분 만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는데, 심사 시작도 전에 이같은 입장을 낸 게 부적절했단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영상취재 김미란 김상현 / 영상편집 김지우 / 영상디자인 김윤나]
공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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