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 (현지시간) 파나마 시티에 있는 파나마 운하의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둘러 보고 있다. 2025.02.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매각한 홍콩 기업에 "미국의 대중국 억제 전략에 발맞추고 있다"며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홍콩 재벌 리카싱 소유 기업 CK허치슨을 겨냥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의 친중 성향 매체인 대공보는 21일 '거래를 중단하고 소탐대실 말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글로벌 핵심 인프라를 통제하는 것은 미국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항구는 글로벌 무역의 핵심 지점으로 미국의 주요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대공보는 "이번 매각건은 겉으로는 일반적 상업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강대국 간 경쟁의 배경 속에 고려되어야 한다"며 "블랙록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파나마 운하의 양단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통제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발전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보는 "상업 거래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국가의 이익을 무시한다면 아무리 계산이 정확하고 이익이 많더라도 국민의 경멸을 받고 '매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앞서 CK허치슨은 이달 초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지분 90%를 포함, 전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 시점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개최와 맞물려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힘을 실어준 시점이었다.
CK허치슨은 파나마 운하 인근 2개 항구 운영권을 운영해 왔는데, 운하를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CK허치슨이 항구 운영권을 갖고 있는 것이 파나마 운하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1977년 미국·파나마 조약을 위반한다고 주장해왔다.
홍콩 당국은 대공보를 통한 논평에서 "해당 거래가 중국 국가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기업을 상대로 '보복성' 조사에도 나섰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은 경제적 강압과 횡포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매각 거래를 들여다볼 뜻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매각 건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CK허치슨이 항구 운영권 매각 전 미리 중국 정부의 승인을 요청하지 않아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당초 파나마 운하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 했으나 매각 추진 발표로 이같은 구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한편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매각 계약은 내달 2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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