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저축은행중앙회 제공) |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에 대해 "능력이 있는 새로운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건전성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완전한 M&A는 아닌 점을 두고 아쉬움을 표했다.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부동산 업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유의미한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회장은 21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2024년 저축은행 결산결과(잠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와 관련해 "79개 저축은행 중 30개 저축은행 정도가 개인 오너거나 가족 지분 회사인데, 지금의 상속세 구조하에서는 계속 영위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BIS비율 9%(자산 1조 원 이상의 경우 10%)인 구조조정 대상을, BIS비율 11%(자산 1조 원 이상의 경우 12%)로 확대한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금융당국은 비수도권 저축은행 영업구역을 4개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도록 하고,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을 허용해 줬다. 다만 비수도권 위주 규제 완화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사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 M&A 실적도 전무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완전 자율적인 M&A와는 거리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만족하는 (규제 완화) 수준"이라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대형 저축은행이 손실을 많이 끼쳤는데, 금융당국은 M&A에 대해 '저축은행 대형화'의 위험성을 두고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매수 희망자는 많다고 했다. 오 회장은 "금융지주 말고도 중견기업들도 많이 사고 싶어 한다"며 "개별적으로 연락해 좋은 매물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분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영업의 8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지방의 경우 영업구역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저축은행 영업 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구역으로 나뉜다.
오 회장은 "비수도권 4개 영업구역을 다 합쳐봐야 15%도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지역의 영업구역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저축은행 영업 전망에 대해선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그렇게 의미 있는 숫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리지론 등 부동산 시장 업황에 따라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지난해 4분기 금융당국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해 400억 원 정도 더 쌓았다"며 "당기순이익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자는 지난해 상반기에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의미 있는 숫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며,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2024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39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업권이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13년 이후로는 2023년(-5758억 원)이 처음이었다. 지난해(-3974억 원)의 경우 손실 폭은 줄었으나,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규제비율 100%)은 113.2%로 전년 말 113.8%와 유사했다.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을 초과해 적립했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5년 말(9.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4.53%로 전년 대비 0.48%p 하락했지만, 기업대출은 12.81%로 전년 대비 무려 4.79%p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전년 대비 2.91%p 상승한 10.66%로 10%를 넘겼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02%로 전년 대비 0.67%p 상승했다.
유동성비율도 181.92%로 법정기준인 100%를 웃돌았다.
저축은행업권의 총자산은 120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여신은 97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조 2000억 원 줄었고, 수신도 102조 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조 9000억 원 감소했다.
자기자본은 14조 5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증자를 통해 당기순손실에도 전년 대비 2000억 원 감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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