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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교수, 배우 구혜선 '모자' 벗겼다…"'샴푸'로 큰 꿈꿔요"[백종민의 쇼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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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 석좌교수, 폴리페놀 연구를 샴푸에 응용해 직접 창업
호두에서 뽑은 성분이 모발을 풍성하게 해줘
日 라쿠텐에도 공급 예고..美 VC도 관심
소비재에 통하는 첨단 기술 목표
"샴푸를 기반으로 더 큰 꿈 이룬다"
#배우 구혜선은 헤어샵에 갈 시간도 아껴 학업과 일에 열중하다 보면 헤어스타일을 다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모자다. 구씨는 카이스트(KAIST)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모자를 쓰고 수업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모자를 벗고 수업에 참석 중이다. "이제 모자를 안 써도 돼요." 비결은 첨단 과학기술로 개발된 샴푸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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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씨는 카이스트(KAIST)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모자를 쓰고 수업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모자를 벗고 수업에 참석 중이다. 배우 구혜선 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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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씨와 이해신 교수. 배우 구혜선 씨 SNS.


#출판사 이씨책방을 운영하는 이숙은 대표는 최근 지인을 위한 선물을 위해 샴푸를 샀다. 샴푸를 사용한 남편의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샴푸를 바꾸고 나니 힘없이 늘어지던 머리가 생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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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 카이스트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샴푸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두 사람이 사용한 샴푸는 카이스트 화학과 이해신 석좌 교수가 창업한 기업 폴리페놀팩토리가 개발한 '그래비티'다. 아시아경제는 CES 2025 현장에서 만났던 이 교수와 두 달 만에 재회했다. 샴푸의 비결이 궁금한 구씨도 함께 이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 교수 연구실의 별칭은 폴리페놀의 끈적함을 의미하는 듯 '스티키랩'(Sticky Lab)이었다.

이 교수의 '그래비티' 샴푸는 그의 두 번째 창업 도전이다. 첫 경험은 '이노테라피'(현 SCL 사이언스)다. 이 회사는 2019년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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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실험 기구를 다루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저는 원래 폴리페놀의 단백질 결합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피에는 혈장 단백질이 풍부하죠. 폴리페놀이 이 단백질과 결합하면 막을 형성해 지혈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거죠." 그는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에서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는 기술이 제품으로 나오기까지는 정말 많은 단계가 필요해요. 대량 생산 기술, 품질 관리, 마케팅, 인허가 등 연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죠. 첫 창업에서 그런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어 머리를 감으면 염색이 되는 샴푸 '모다모다'가 이해신 교수의 기술로 세상에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이 교수는 과학을 이용한 소비재에 관심을 가진다. 주변인들을 위해서였다. "명절에 어머니께서 염색 후 머리가 상했다고 하셔서, 실험실에 있던 폴리페놀 용액을 가져다드렸어요. 효과가 좋아서 제품화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 교수는 이번에는 직접 창업을 결심했다. 자신의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직접 제품 개발과 생산까지 관여해야 한다는 교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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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신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난 1월 CES 2025 행사장 부스에서 자신이 개발한 샴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기술만 제공하면 내가 의도한 대로 제품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해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정부와 카이스트가 교수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순조롭게 일이 풀렸다. "교원창업은 학교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연구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이죠."

폴리페놀팩토리에서 처음 개발한 샴푸 '그래비티'는 지금껏 그가 수행해온 폴리페놀 연구의 결정체다. 일각에서는 일개 샴푸일 뿐 과학의 산물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소비재는 소비자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에 제품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발전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가며 신속하게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화학자가 개발한 샴푸의 핵심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이다. 샴푸도 첫 번째 창업의 지혈제와 같은 원리에서 출발했다. "폴리페놀은 물로 씻어도 떨어지지 않는 독특한 특성이 있어요. 우리가 와인을 마시고 떫은맛과 함께 치아가 검게 변하잖아요. 그건 폴리페놀 때문이에요. 아무리 물로 입을 헹궈도 쉽게 지워지지 않죠. 이런 특성을 활용했습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만드는 특수한 물질이다. 녹차의 카테킨, 포도의 레스베라트롤 등이 대표적이다. 건강식품이나 항산화제 성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 교수는 그 화학적 특성에 주목했다. 폴리페놀이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모발과 두피에 붙어 다양한 효과를 내는 샴푸를 개발한 것이다.

"모근 주변에 폴리페놀이 달라붙어서 모발이 쉽게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모발 자체에도 코팅되어 강도를 높여줍니다. 일반 샴푸는 다 씻겨 내려가지만, 우리 샴푸는 폴리페놀이 남아 지속해서 효과를 발휘해요."

이 교수는 폴리페놀을 활용한 실험 영상을 보여주었다. 금발 모발은 물에 젖으면 2배 이상 늘어나지만, 그의 샴푸로 처리한 모발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모발 내부 구조가 튼튼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샴푸에 사용하는 폴리페놀의 기본 원료가 호두껍데기라고 소개했다. "호두 겉껍데기에는 폴리페놀이 많아요. 그래서 호두를 까면 손이 까맣게 변하죠." 이 말을 듣던 구씨가 "맞다"고 했다. "아버지가 호두나무를 기르시는데 어머니가 호두를 털 때마다 손이 완전히 검게 변해서 겨우내 그 상태로 지내세요."

호두는 단단한 호두 껍데기가 폴리페놀의 영향인 것처럼 그의 샴푸에 포함된 폴리페놀도 모발과 강하게 결합한다.

"호두 껍데기가 딱딱한 이유도 폴리페놀 때문이에요. 폴리페놀이 단백질을 딱딱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쳐요. 이 원리를 모발에 적용하면 모발도 튼튼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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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행사에서 이미진 폴리페놀팩토리 상무가 관람객들에게 그래비티 샴푸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 교수는 "폴리페놀이 모발을 보호해주면 열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져요. 여성분들이 고대기를 해도 모발을 보호할 수 있죠. 나무가 산불에서 완전히 타지 않는 이유가 리그닌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같은 원리로 모발도 보호받는 거죠."

◆"소비재를 개발하는 과학자에 대한 편견 아쉬워"=폴리페놀을 활용한 샴푸는 최근 카이스트 샴푸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량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연초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도 샴푸를 들고 나갔다. 화학과 교수가 샴푸 같은 소비재를 개발한다는 것에 대한 학계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카이스트 교수가 왜 소비재를 만드냐는 시선이 있어요. 과학은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닌데,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세요. 실질적으로 소비재 기업의 창업자들이 다 화학자 출신인데 말이죠." 그는 3M, 에스티 로더, 로레알, 아베다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모두 화학자들이 창업했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학 연구가 실용화되는 과정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발명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해요. 그다음이 문제죠. 상용화하고, 생산하고, 품질 관리하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는 화학을 통해 신약 개발 등 첨단 연구도 중요하지만 소비재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더 큰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업적 성공을 거둬야 그 기반으로 신약도 만들 수 있어요. 신약 개발은 기간이 너무 길고 들어가는 돈이 많아서, 중간에 수익 모델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죠."

그는 두 번의 창업 경험을 통해 과학 기술의 상용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소비재는 많은 사람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과학의 가치를 더 빨리, 더 넓게 전파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일본 온라인 유통기업 라쿠텐과도 올해 중 샴푸 수출을 위한 만남도 가졌다. 기존에 수출했던 미국 외에 일본에서도 그래비티 샴푸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그래비티' 샴푸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그중 하나는 '강중력' 샴푸로, 곱슬머리를 일시적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폴리페놀의 힘을 더 세게 해서 모발을 스트레이트하게 만들어주는 원리입니다. 지금 준비 중인 시리즈죠." 그는 폴리페놀의 접착력을 활용해, 눈썹이나 속눈썹용 접착제도 구상 중이다. "기존 글루는 자극적인데, 폴리페놀은 인체 친화적이라 안전합니다. 식물 유래 성분이니까요."

이 교수의 목표는 과학 기술을 일상에 접목하는 '일상의 혁신'이다. 이미 그의 뜻에 동참하려는 국내외 유통업체, 투자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CES 참석을 계기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과의 접점도 생겼다.

"우리 회사의 모토는 '일상의 혁신'입니다. 과학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해야 의미가 있어요." 이 교수는 소비자와의 교감을 위해 직접 소비자의 전화도 받는다. 통화가 30분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소비자에게서 얻은 반응은 새로운 연구의 원천이 된다.

이해신 교수는 앞으로도 일상의 혁신을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과학은 특별한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폴리페놀=식물이 생산하는 이차대사산물로, 하나 이상의 페놀 고리(C6H5OH)를 포함한 항산화 물질이다. 녹차, 포도, 베리류 등에 풍부하며 항염증, 항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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