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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다니겠습니다”…‘사직 합의서’ 잘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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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Q. 면담 때마다 권고사직인지 해고인지 애매하게 말을 해오다가 오늘 권고사직으로 사직서를 쓰라고 해서, 잘리는 것도 억울한데 내가 왜 사표를 써야 하느냐, 저는 못쓴다고 하고 일단락이 된 상황입니다. 저는 계속 다니고 싶다, 계속근로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이달 말일로 그만둬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무시하고 계속 다니면 되는 걸까요? (2025년 3월, 닉네임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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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빙고.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무시하고 그냥 다니면 됩니다. “계속 다니고 싶다”는 말 잘하셨어요. 회사에서 “이달 말일로 그만둬달라”고 한 증거 확보하시고요. 껄끄럽겠지만 ‘쌩까고’ 지내세요. ‘아몬드’님 잘못이 없는데, 왜 사직서를 씁니까?





사장이 ‘아몬드’님을 자르려면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이거나(통상해고), 기업질서를 심대하게 위반하는 등(징계해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30일 전에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해야 효력이 있어요. 정리해고하는 방법도 있는데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②해고 회피 노력 ③공정한 기준 ④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 통상·징계·정리해고 모두 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어요.





내 쓸모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는 쉽지 않겠죠. 은행이나 대기업처럼 희망퇴직금으로 2년 치 월급을 받지는 못해도, 약간의 위로금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회사 때려치우고 다른 일자리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려면 사직서를 잘 써야겠죠.





회사에서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며 사직서 퇴사 사유에 ‘개인사정’으로 쓰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고용보험 상실 신고 코드를 11번(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로 입력합니다. 권고사직의 증거가 없어 실업급여를 못 받은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코드 23번 권고사직으로 신고하면 고용유지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가 꼼수를 쓰는 거죠.





사직서에 퇴사 사유로 고용보험 상실코드 23번(회사불황으로 인한 권고사직)이나 26-③번(노동자의 업무상 과실, 업무능력 미달 또는 귀책사유가 징계해고 정도는 아니지만 사업주가 퇴직을 권유하여 이직한 경우)을 명시하고 회사와 협의를 하세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진퇴사라면 사유에 11-⑰번을 쓰세요. 회사에서 이를 거부하면 그냥 회사 다니면 됩니다.





한겨레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방송인 김대호. MBC 누리집 갈무리


사실 권고사직인지 자진퇴사인지 분란을 막을 쉬운 방법이 있어요. 고용보험 상실 코드 입력을 노사가 하도록 하고, 코드가 다른 경우 고용센터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조사해서 판단하면 됩니다. 기업 귀책사유인지 노동자 귀책사유인지 각자 입력해 사유가 일치해야 중도해지가 되는 내일채움공제처럼 말이죠.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정부는 왜 이걸 안 하는지, 참나.





문화방송(MBC)을 퇴사한 김대호 아나운서가 “직장인들은 항상 가슴 한쪽에 사직서를 들고 다녀요”라고 말했는데요. 조물주 위의 건물주나 몸값 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절대 가슴 속에 사직서 품고 다니지 마세요. 회사는 해고했다가 철회하면 그만이지만, 직장인은 사직서 내면 그걸로 끝이에요. 해고를 당하면 대응할 방법이 있지만, 권고사직을 받아들여 자진퇴사하면 정정하기 쉽지 않아요.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았다면, 일단 “아니요. 계속 다니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세요. 그런 후 조건을 제시해서 ‘사직 합의서’를 쓰세요. 다른 직장 구할 때까지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리고 대한민국 사장님들, 마음에 안 들고 일 못 하는 직원 내보내고 싶으세요? 권고사직으로 위장한 자진퇴사나 괴롭혀서 쫓아내기의 유혹을 버리세요. 사건만 커집니다. 당사자의 기대보다 많은 위로금을 제시하고 ‘사직 합의서’를 쓰세요. 누군 땅 파서 장사하냐고요? 부당해고로 신고돼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까지 가는 비용보다 훨씬 쌉니다. 안 그래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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