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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결심? 전혀 몰랐다" 문성민, 눈물의 작별인사…'은사' 김호철·최태웅→직속 후배 허수봉까지 '말.말.말' [천안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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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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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농담처럼 은퇴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은퇴한다는 건 기사로 처음 접했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걸었다(신영석)."

한국 남자배구 '슈퍼스타' 문성민이 코트를 떠났다.

문성민은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15번) 행사를 가졌다. V리그에선 시몬(OK저축은행, 반납) 김사니(IBK기업은행)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이후 4번째 영구결번이다. 올시즌이 끝난 뒤엔 김연경(흥국생명)의 은퇴 및 영구결번도 예정돼있다.

평일임에도 많은 배구팬들이 문성민의 은퇴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문성민은 시종일관 울컥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은퇴식이 끝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문성민은 오랫동안 남아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 남자배구에서 흔치 않게 해외 진출을 이뤄냈던 그다. 2008년 독일, 2009년 터키에서 뛴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0~2011시즌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이래 이번시즌까지 15시즌을 뛰었다.V리그 통산 381경기에 출전, 통산 득점 3위(813득점), 서브에이스 4위(351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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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의 배번 15 스티커를 붙인 필립 블랑 감독.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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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허수봉.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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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의 은퇴식 현장을 찾은 신영석. 김영록 기자



2015-2016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의 18연승을 이끌며 정규시즌 MVP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16-2017시즌에는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 및 MVP까지 독식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현장에도 어김없이 문성민이 있었다.

현장을 찾은 건 팬들만이 아니다. 문성민이 아버지처럼 모신다는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을 비롯해 최태웅 전 감독, 여오현 기업은행 코치, 이사나예 라미레스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 신영석 황동일 박철우 곽승석 서재덕 김재휘 이원중 노재욱 등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함께 했던 동료와 후배들도 레전드의 은퇴식을 지켜보고 축하했다. 은퇴 발표로부터 1주일, 급하게 마련된 행사임에도 문성민을 위하는 배구계의 마음은 뜨거웠다.

슈퍼스타의 선수 말년은 부상으로 얼룩졌다. 마지막 챔프전 우승이었던 2018~2019시즌 이후 거듭된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끝내 은퇴를 선언한 배경이 됐다.

문성민은 시즌 막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은퇴를 결심했다.

구단에선 챔피언결정전 기간, 혹은 다음 시즌 첫 홈경기를 은퇴식 날짜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성민은 코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치르길 원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집중해야할 동료들을 배려한 것. 불필요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뻇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친구, 동료는 물론 아내에게조차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이었다. 문성민은 이날 인터뷰에서 은퇴를 결심한 직후 "아내와는 종종 은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지막 순간 '나 은퇴한다'고 말할 때는 거의 통보였다"라며 웃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배구계 관계자들은 1주일전 구단의 공식 발표, 그리고 기사를 보고서야 문성민의 은퇴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로 뛰는 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는데…정말 고생많았다. 한국 남자배구 역사에 네 이름은 영원히 빛날 별"이라고 축복했다.

문성민의 최전성기와 우승의 영광을 함께 했던 최태웅 전 감독은 "함께 우승했던 날, 그리고 오늘이 내 인생의 잊혀지지 않을 순간들이 될 것 같다. 팀을 위해서, 또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말 헌신한 선수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제2의 인생'에 대해서는 "남아서 코치해야지 어딜 가나"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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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시절부터 배구 인생을 함께 걸어온 신영석은 "은퇴 발표하던 날 우리 경기가 있었다. 경기 끝난 뒤에야 소식을 접했다. 이제 다음 차례는 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이 정말 힘들게 우승했던 기억도 난다. 후회없는 선수생활을 마친 걸 축하하고, 앞으로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고 했다. 황동일도 "오늘은 몰래 찾아왔다. '40살에 다 같이 은퇴하자'고 했었는데…(문)성민이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네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얘길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철우 해설위원은 "마음이 먹먹했다. 내겐 상대팀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라이벌이자 대표팀 동료였다. 은퇴 뒤에도 얼마든지 멋진 인생을 보낼 수 있으니, 미래 진로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동성고-경기대 직속 후배인 곽승석은 "나도 요즘 부상으로 컨디션이 왔다갔다한다. 그 성치 않은 몸상태를 감내하고 지금까지 뛰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블랑 감독은 "나도 문성민과 비슷하게 은퇴했다. 허리부상이 컸고, 잔부상이 이어지면서 더이상 선수로 뛰기 힘들었다. 타 팀 이적과 소속팀 코치 제안 중 후자를 골랐다"면서 "선수라면 끝을 외칠 수 있는 시간을 항상 준비해야한다. 문성민이 새로운 인생을 잘 준비하기 바란다. 잘 배우면 훌륭한 지도자도 될 수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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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은 "은퇴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우리 휴식일이었다. 많이 당황했다"면서 "내 인생의 롤모델이다. 문성민이란 선수를 보면서 배구를 배웠고, 한팀에서 뛰면서 배구 외적인 리더십과 책임감도 보고 배웠다. 존경한다. 언젠가 있을 이별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라 안타깝다.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은퇴식 일정도 급하게 잡혔고, 소속팀도 다르고, 개인 일정들도 있을 텐데…정말 많은 분들이 은퇴식 현장을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두분 감독님을 비롯해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뭉클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천안=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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