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대법 "원본 없는 녹음파일, 증거능력 무조건 배제는 안돼"

1
댓글0
피해자, 사기 사건 증거로 녹음 파일 제출
1심 유죄→2심 "증거능력 없어" 무죄→대법서 파기환송
뉴스1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무조건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인(私人)이 복사한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는 점은 해시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비교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원본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해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이 녹음파일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 파일 생성에서부터 제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한 피해자는 거기에 녹음된 음성이 피고인들의 것으로서 복사 과정에서 인위적 개작을 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일부 녹음파일에 관해서는 이러한 진술에 부합하는 감정결과와 감정인의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녹음 파일이 자신들의 음성인지와 인위적 개작 여부에 관해 막연히 부인하였을 뿐 어떠한 부분이 원본과 달리 편집·조작됐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변소한 바 없다"며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피해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따라 그 녹음이나 복사 과정에서 이 사건 녹음 파일의 내용이 편집·조작됐다고 의심할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녹음파일은 적어도 일부는 그 원본 동일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더 나아가, 이 사건 녹음 파일에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내용이 녹음돼 있다면 그 내용은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물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녹음 파일의 원본 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본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며 "원심 판결에는 녹음파일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A 씨와 B 씨는 주식을 양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C 씨를 속여 주식 대금 명목으로 2억 7000만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변제 의사 없이 C 씨에게 차용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아 편취하고, C 씨에게 빌려준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변제받았음에도 변제받지 못한 것처럼 사기죄로 고소해 무고한 혐의도 받았다.

C 씨는 A 씨 등의 기망 행위 및 현금 수령 사실에 대한 증거로 다수의 녹음 파일들을 저장한 CD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1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A 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음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B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CD에 저장된 파일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파일은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다"며 "원본 파일이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녹음파일 및 이를 풀어쓴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뉴스1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전체 댓글 보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파이낸셜뉴스"집안 서열 개보다 낮아"... '부동산 1타강사' 죽음에 경찰, 아내 구속영장 재신청
  • 연합뉴스TV[속보] 창녕군 "산청 산불 진화대원 2명 숨진 채 발견"
  • 뉴시스"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되지 않겠다"…외신 주목한 韓여성의 '비혼식'
  • MBC경북 의성 야산 3곳서 동시다발 불‥"헬기·인력 부족"
  • 뉴스1'탄핵심판' 수요일 선고 전례 없어…26일 이재명·28일 尹대통령 관측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