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최악의 경우 이달 17일부터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부족 규모가 5월에는 7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홈플러스는 임대점포의 과도한 임대료를 현금흐름에 부담을 주는 요소라고 평가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전략이 ‘자충수’가 됐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납품업체들은 납품 중단을 잇따라 검토하고 있어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요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금 부족, 눈덩이처럼 커진다
━
높은 임차료, 부메랑으로···
실제 이날 기준 홈플러스 전체 점포 중 임대점포 비중은 54%로 롯데마트(48%) 및 이마트(25%)보다 높다. 임대점포가 자가점포보다 많은 마트는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MBK가 인수할 당시인 2015년만 해도 홈플러스의 임대점포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최근 5년 새 문을 닫은 점포도 홈플러스가 16곳으로 이마트보다 두 배 많다.
━
납품업체·임대점주, 불안 여전
홈플러스 임대점주(테넌트)들이 겪는 불안도 여전하다. 홈플러스 입점협회에 따르면 임대점주들은 최근 홈플러스로부터 이달 28일 2월분을 정산받은 뒤 31일에 3월분을 입금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대상은 홈플러스 결제단말기(포스기) 대신 개인 포스기를 사용하는 점주들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임대업체의 상당수에 본사 포스기를 사용하게 하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뗀 후 매출액을 돌려주는 사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왔다. 이달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로 정상 영업이 불투명해지자 임대업체들은 잇따라 홈플러스 포스기 대신 개별 포스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향후 홈플러스로부터 정산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출 총액을 홈플러스에 넘겨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홈플러스가 이들 점주들을 대상으로 홈플러스 포스기를 썼던 2월 매출분을 이달 28일 정산해주면서 동시에 개별 포스기를 사용한 3월 매출분을 31일에 입금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입점협회는 “돈을 줬다가 다시 뺏는 셈”이라며 “홈플러스는 그 돈을 다시 한 달간 갖고 있다가 4월에 다시 주겠다는 것”이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점주들은 홈플러스가 정상화될 때까지 개별 포스기를 사용하고 임차료만 내게끔 요구하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계약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