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역사 l 앤드루 페테그리·아르트휘르 데르베뒤언 지음, 배동근·장은수 옮김, 아르테, 4만8000원 |
도서관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의 원서 부제에는 ‘연약한, 부서지기 쉬운’을 뜻하는 형용사 ‘fragile’이 들어 있다. 도서관이 그만큼 취약하고 불안정하다는 뜻이겠다. 영국 역사학자 두 사람의 공저인 이 책은 “최초이자 최고의 학문 아카데미”였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부터 21세기의 디지털 중심 도서관까지 도서관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인류 최초의 도서관인 아시리아 제국의 점토판 도서관을 필두로 도서관은 으레 시간의 흐름 속에 쇠퇴와 소멸의 운명을 맞았고, 그렇게 하나의 도서관이 무너진 자리에는 이내 새로운 도서관이 들어섰다. “파괴와 재건의 끝없는 순환”이 곧 도서관의 역사였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재현을 꿈꾸었던, 콜럼버스의 아들 페르난도 콜론, 불세출의 인문주의자였음에도 숨질 때 장서가 겨우 500권에 불과했던 에라스뮈스, 옥스퍼드대학 도서관을 유럽 최고의 공공도서관으로 만든 토머스 보들리, 미국과 영국에 3000곳가량의 도서관 설립을 지원한 앤드루 카네기 등 도서관의 역사를 일군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세계도서관기금’을 만들어 공공도서관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 빌 게이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노라 밝힌 아마존과 구글 등의 디지털화 흐름 앞에 21세기의 책과 도서관은 정체성과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지은이들은 특유의 뛰어난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으로 책과 도서관이 현재의 위기 역시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의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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