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리피엔 전 자유유럽방송(RFE) 대표. /테드 리피엔 제공 |
−이번 일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당신도 공산국가 폴란드 시절 RFE를 들었나.
“공산주의 치하에서 10대를 보내면서 즐겨 들었다. 그래서 공산국가 국민이 차단된 정보를 접할 때 어떤 기분이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폴란드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의 일원이다. 폴란드가 자유를 얻기까지 VOA와 RFE의 역할이 분명 있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VOA·RFA가 영향을 끼쳤을까.
“북한에 민주주의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일, 혹은 5년 후, 또는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방송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방송을 듣고 ‘미국 사람들이 우리가 자유롭기를 바라는구나’ ‘언젠가 우리를 도울지도 모르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폴란드에서 미 방송을 들으며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또 대규모 봉기 등 소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VOA·RFE 같은 방송이 있다면 유혈 사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들 방송에서 일한 경험 중 무엇이 기억에 남나.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VOA 폴란드어 서비스를 담당했다. 폴란드에선 반체제 운동이 상당하던 시절이었다. 폴란드 민주화를 주도하고 훗날 대통령까지 된 레흐 바웬사, 폴란드 추기경이었을 당시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을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인물들의 생각을 방송으로 알림으로써 공산주의 정권을 유혈 사태 없이 몰락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럽 대부분 나라가 민주화됐는데 아직 RFE의 역할이 남았나.
“RFE는 중부 유럽에는 더 이상 방송을 송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방송은 여전히 필요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도 방송을 한다. (VOA·RFE를 총괄하는)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관료주의에 문제가 있다 해도 이런 대규모 해고엔 동의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면 이를 중국·러시아·이란·쿠바·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 주민을 위한 뉴스에 투입해야 한다.”
☞자유유럽방송(RFE)
1950년 설립된 RFE는 냉전 시기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공산국가들에 ‘바깥세상’ 소식을 전달해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현지 취재망을 통해 빠르게 전황을 알렸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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