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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가 2월 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와 인도가 올해 안에 오랫동안 지연돼온 양측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무역 및 기술, 연결성 국방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델리=AP 뉴시스 |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 무역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전례 없는 지정학적 긴장도 자원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과 함께 주요 무역국들에 무차별 관세 폭탄을 던지며 기존 동맹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심지어 우방국들까지도 고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각국은 ‘중국 대체 시장’을 넘어 ‘미국 대체 시장’ 전략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도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 외교와 경제 전략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자 중국 외 대안 생산기지로 인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안 시장으로도 인도를 재평가하고 있다.
10년간 답보상태였던 인도-뉴질랜드 FTA 협상도 재개됐다. 농산물, 의약품, ICT 등 상호 보완적 강점을 활용해 공급망 통합과 시장 접근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인도를 주요 공급망의 대안으로 삼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인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포괄적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 2030년까지 양자 무역을 5,000억 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인도가 미국 수출에 유리한 관세 혜택을 확보한 것이다. 미국도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략 속에서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과 미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 속, 가장 현명한 선택은 대안 시장 다변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다. 그리고 인도는 이런 대안으로 최적 위치에 올라섰다. 실리 외교와 개방적 무역정책을 통해 인도는 미중 패권 경쟁 속 최대 이중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