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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예술 넘나드는 공존의 미학 [Weekend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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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미술관 '합성열병' 展
예술에도 스며든 생성형 AI 기술이 담론
로렌스 렉 등 국내외 9명 작가 합동전시
급격한 발전이 초래한 혼란한 상태 조망
유령 노동·데이터 편향 등 주제 총 30점
"AI가 창작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 탐구"


파이낸셜뉴스

로렌스 렉 '아이돌'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장진승 '깊은 정찰: 스펙트럼 해독자' 중


"생성형 AI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질문할까요? AI의 생성은 곧 합성의 기술, 이제 사회·기술적 변화의 과도기를 드러낼 것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국내 미술계도 AI 기술과 접목한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상 깊숙이 스며든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AI 예술 담론을 심화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은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 이를 둘러싼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오늘날의 지형을 동시대 작가 9명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국제 기획전 '합성열병' 전(展)을 오는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특히 이번 국제 기획전 '합성열병'은 AI 기술이 예술과 창작의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전시는 'AI는 정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 창작과 사회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과 숨겨진 문제들도 드러낸다. 국내외 9명의 참여 작가들은 인간의 주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데이터 추출과 편향, AI 환각, 유령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사진, 회화, 미디어 설치 작품 약 30점을 통해 다층적으로 선보인다.

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학예팀장은 "'합성(synthetic)'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AI의 생성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의 핵심 개념"이라며 "'열병(fever)'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초래하는 혼란과 불확실성 등을 은유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해외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국제적인 미디어 작가 로렌스 렉은 인간과 AI의 미래 서사를 다룬 83분 길이의 국내 미발표 영상 '아이돌(2019)'을 선보였다. 왕년의 슈퍼스타 디바가 e스포츠 올림픽 '콜 오브 뷰티' 결승전의 복귀 공연을 위해 AI 작곡가 지오를 몰래 영입해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히트곡을 제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서사를 통해 작가는 인간(바이오) VS 인공지능(신스)간의 길고 복잡한 투쟁을 다루며, 예술의 독창성에 대한 질문과 함께 예술과 AI의 관계에 대한 편견을 깬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싱가포르 출신의 작가 호 루이 안은 지난달까지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전시된 작품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2024)'를 국내 최초로 전시,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이미지와 함께 탈식민주의 역사와 AI기술의 관계를 렉처 퍼포먼스 형식으로 탐구한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룬드는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그것이 인간 사회의 구조, 정체성,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싱가포르 작가 프리야기타 디아는 생성형 AI와 연결된 데이터 추출주의를 동남아시아 식민주의의 자원 착취 역사와 연결 짓는 설치작을 보여준다. 특히 프리야기타 디아는 관객을 창조와 소멸의 무한한 세계로 이끌고, 식민지적 권력과 착취의 본질을 넘어 이러한 고리를 풀고 재조정하는 방식을 상상하게 한다. 국내 작가 김현석은 대표작 '메모리즈(2025)'를 통해 관객은 푹신한 빈백 소파에 앉아, 캐릭터 손 모양의 3D조형물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과 함께 오디오북 형식의 소설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읽기보다 영상 콘텐츠 시청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 AI 음성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오디오북 콘텐츠의 확산 등 기술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양아치와 장진승은 각각 인공지능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과 AI의 범용화가 인간의 주체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한 신작을 발표했다. 양아치의 신작 '고스트 1.0.0(2025)'는 작가가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리서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비물리적 환경이라 여겨지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탐구한다.

프로젝션 된 화면에서 작가는 구글 어스의 위성 이미지를 통해 데이터 센터, 반도체 산업단지 등 현대 기술 인프라와 밀접한 장소를 주목하는데, 이들 일부는 한국에서 보안을 위해 감춰진 시설들이다. 이밖에 정영호는 사진 매체를 활용해 AI 생성 이미지와 인간이 육안으로 경험하는 세계의 차이를 조명하며, 방소윤은 캔버스 위 회화를 통해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현실의 접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코리아나미술관 측은 "합성열병은 AI 기술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AI가 창작과 사회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과 숨겨진 문제들을 드러낸다"며 "이를 통해 관객이 생성형 AI의 환상 너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더욱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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