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는 얼마…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31억원에 나온 매물이 어제 29억5000만원 되더니 하루 사이에 28억5000만원까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 A씨는 “전세를 끼고 사고팔려면 이번주 안에 계약해야 해서 다들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을 발표한 이튿날인 20일 강남 일대 부동산 현장에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역은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를 해제했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다.
토허제 재지정으로 오는 24일부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사실상 금지되기 때문이다.
가격 급등의 근원지였던 잠실의 엘스 아파트에선 이달 7일 전용면적 84㎡가 ‘30억원’의 신고가를 찍었으나 전날 발표 직후 호가를 1억~2억원 내린 매물이 바로 나왔다. 잠실 리센츠에서도 2억원가량 가격을 내린 곳이 등장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나흘 전 신고가 찍고 샀는데 머리 아파 죽겠다. 5000만원 계약금 보냈는데 취소하는 게 맞겠지?” “지금 매수하는 거 맞나? 지켜봐야 하나?” 등 고민을 담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재지정 규제가 시작되는 24일 전에 급매물을 찾는 문의도 늘었다는 게 부동산중개소들의 전언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토허제 발표 이후 ‘이번주 안에 계약 가능한 급매물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이번 발표로 피해를 본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송파구 잠실이 급등했다고 하지만 같은 구 안에서도 문정동, 가락동 등은 ‘집값도 오르지 않았는데 토허제 지정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송파구 전체가 토허제 지정된 이후 문정동에선 하루 만에 4000만원을 낮춘 사례도 나왔다. 갭투자가 금지되기 전에 빨리 팔겠다는 것이다.
문정동 공인중개사 C씨는 “투기와 상관없는 나홀로 아파트까지 다 묶어버리니 집을 꼭 팔아야 하는 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이사를 가려고 집을 내놓은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갭투자가 금지되면서 투자 수요가 인근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주의하고 있다.
실제 성동구는 강남3구 다음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0일 기준)을 보면, 전주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0.83%, 송파구 0.79%, 서초구 0.69%에 이어 성동구가 0.37%였다. 성동구의 상승폭은 강남3구와 함께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용산구(0.34%)보다 컸다.
최미랑·김지혜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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