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친기업 행보’에 이목집중
입법현안 언급 없어 재계 아쉬움
"반도체특별법 등 논의 이어져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모두의 삼성이 되어 달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청년을 위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나란히 '노타이' 차림으로 '청년취업'을 고리로 76분간 첫 회동을 했다. 야권의 '친기업 행보'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분위기는 좋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를 필두로 재계의 최대 입법 현안인 반도체특별법, 상법 개정안에 대한 별도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안팎에선 야권의 친기업 행보와 관련, 보다 실효성있는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9시께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싸피·SSAFY) 서울 캠퍼스 1층 로비에서 직접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을 안내했다. 이 대표도 "회장님께서 직접 (마중)나오셨느냐"면서 삼성 측의 환대에 화답했다. 양측 모두 사전에 '노타이'로 드레스코드를 맞추는 등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모두에서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산다"며 "모두를 위한 삼성, 경제 성장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역할을 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삼성의 청년 무상소프트웨어 교육인 '싸피' 투자에 각별한 사의를 표했다. 이 회장은 "삼성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사회와의 동행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그리고 진짜 대한민국 미래인 청년들을 위해 저희가 사회공헌을 떠나 우리 미래에 투자한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의 만남은 민생·친기업 행보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 측에서 먼저 이 회장 측에 만남을 제안했고, 이에 삼성에서 '청년 교육, 청년 취업'을 콘셉트로 '싸피'를 회동 장소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싸피는 삼성이 자랑하는 청년 소프트웨어 무상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광주·구미·부산캠퍼스에서 지난해까지 교육생 9700여 명을 배출했으며, 500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수료생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LG 유플러스, 롯데정보통신, 현대모비스 등 국내 주요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반도체특별법 얘기는 없었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의 만남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게 재계 및 정치권의 시각이다. 원내 1당 대표이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와 국내 시총 1위 기업을 이끄는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초, 10분간 비공개 회동에서 삼성이 입법 현안으로 삼고있는 반도체 특별법,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자리에 동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감한 입법 현안에 대해선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삼성전자 주총에서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을 가리켜, 반도체 근원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언급하며 "지금 현재 법으로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고 싶고 더 많은 연구시간을 집중하고 싶어도 현재 52시간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야당에서 기업 이슈를 챙기고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를 줬다고 할 수 있지만, 반도체 특별법, 상법 등 기업활동과 직결된 입법이슈 등에서 보다 실효성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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