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간 심리를 이어가고 있는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5.3.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접수한 지 97일째가 됐지만, 아직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선고를 오는 24일로 잡으면서 윤 대통령의 선고는 빨라야 내주 후반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탄핵 각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과 헌재의 선고 지연이 맞물리면서 헌재가 절차적 흠결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尹 선고 미뤄지자…여권 "절차적 흠결로 각하 가능성 커졌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한 총리 사건보다 늦게 이뤄질 전망이다. 헌재가 내주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한다면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빨라야 27~28일에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쟁점 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엔 4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자 여권은 탄핵 각하 가능성이 커졌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하는 청구된 주장의 옳고 그름이 아닌 '절차의 적절성'을 따져서 결정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9일) 기자회견에서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것은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는 것이고, 합치된 의견보단 재판관 간 다른 법률적 견해가 표출되는 것"이라며 각하를 주장했다.
여권이 주장하는 '각하'설의 주된 근거는 '국회 의결 없는 내란죄 철회'다.
국회 측은 지난 1월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추 사유 중 '내란죄'를 철회했다. 내란죄는 형사재판에서 다툴 문제로 신속한 판결을 위해 탄핵 심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의 80%를 철회한 셈이니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여권은 또 헌재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탄핵 심판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상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를 탄핵 심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평의를 거쳐 증인들의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 등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3.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8인 체제에선 '4명 이상 각하 의견' 필요…법조계 "각하 가능성 없어"
헌재법 23조 2항에 따르면 헌재는 탄핵소추 절차가 적법한지를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예컨대 재판관이 9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을 경우 5명 이상이 '탄핵소추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8인 체제'인 경우에는 탄핵 각하에는 4명 이상의 각하 의견이 필요하다. 헌재는 지난 2021년 인용·각하 의견이 각각 4명씩 나올 경우 각하 결정을 내린다는 결정례를 세웠다.
지난 2021년 3월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가 헌법소원 심판 절차 중 사망하자, 고인의 유족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게 배상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 청구를 각하하며 '재판관 4인이 각하 의견을 내는 경우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결정례를 만들었다.
여권 등을 중심으로 '각하'론을 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당시 '기각' 의견을 냈던 4명의 보수 성향 재판관들에게 윤 대통령 사건에서 '기각'보단 부담이 덜한 '각하' 의견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관들의 심리적 부담 측면에서만 본다면 기각보다는 국회로 공을 돌리는 각하 결정이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각하되면 국회는 절차적 문제 등을 해결한 뒤 탄핵소추안을 새로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각하될 가능성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헌재 헌법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내란 범죄 철회는 사실관계 철회가 아닌 적용 법조 철회"라며 "이는 법적 평가의 문제기에 재판부 판단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에 관해서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재판부 평의를 거쳤다고 말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받고 서명·날인했으면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됐기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설명했다"며 각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내란죄 철회가 문제가 되려면 소추 사유서 내용이 바뀌어야 하는데, 소추 사유서 내용은 바뀐 적이 없고 국회 측은(윤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청구인 측이 소추 사유서에 기재한 법적 평가나 적용 법조를 변경해도 헌재가 이를 재량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선례를 세웠다"며 각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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