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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어쩌다 전광훈에게 고개 숙이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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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월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주류였던 전광훈은 어떻게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찾아와 고개를 숙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따르게 만들 수 있었을까?”



보수개신교의 극우화와 교회의 동원을 핵심적인 특징으로 하는 한국 극우세력의 형성·성장·주류화 과정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9일 ‘극우 리포트’를 내고 “12·3 내란사태 이후 극우 세력의 결집은 우연이나 돌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방치되어 온 혐오 정치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단언했다.



보수개신교 집단이 지난 이십여 년간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구심점으로 전국의 교회 네트워크를 동원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고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방치한 결과 지금의 내란옹호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보수개신교의 극우화 역사를 짚는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보수개신교는 한국의 특수한 맥락인 반공주의와 정치화된 동성애 혐오를 결합시켰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론화되던 2006년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을 결성해 반동성애 운동을 시작했고 이들이 내세운 반북·반동성애 전략은 2013년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틀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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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와 전 목사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튜브 ‘전광훈TV’ 갈무리


보고서는 전 목사가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반동성애 전략이 주효했다고 봤다. “이전부터 자극적인 선동과 막말로 악명이 높았”던 전 목사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 집회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것”이라며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서울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4년 한 기도회에서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낭독한 바 있다.



이후 전 목사는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인류를 황폐하게 하는 동성애와 차별금지가 대한민국을 몰락으로 몰고 간다”며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다. 홍준표 후보는 당시 티브이 토론회에서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공공연히 언급했다.



보고서는 “전 목사의 정치 행보는 2019년 황교안과의 결합으로 절정을 맞이했다”고 적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총리 시절에도 자신이 개척한 교회의 전도사 자격을 유지했을 만큼 열성적인 보수 개신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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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황교안 연합은 이후 2019년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와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 등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파를 동원하는 극우집회로 이어졌다. 전광훈은 “황교안을 세운 것은 하나님”이라며 그를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로 기원했고, 이들은 2020년 8월15일 ‘문재인 탄핵 8.15 국민대회’를 주도하며 극우 집회를 확산시켰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2010년대부터 성소수자들을 향한 보수개신교인들의 폭력행위가 만연해졌다고 짚었다. 2014년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인권헌장 공청회는 “성적 지향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한다”며 난동을 부린 보수개신교인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됐고, 이후 전국의 퀴어축제에서도 보수개신교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과 집회가 따라왔다.



보고서는 동성애 반대가 보수개신교 전반에 “핵심적인 동원수단”이자 “레토릭”으로 자리 잡으면서, 점차 극우적 성향이 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많은 교회와 교단들이 전 목사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과격한 발언과 행동에 내부적 반감을 갖고 표면적으로 거리를 두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반대라는 공통 기조 속에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극우적 선동 방식을 묵인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전 목사와 극우 세력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는 모양새인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도 지난해 10월 23만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를 열어 교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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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세종로사거리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주일예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결국 한국에서 극우 정치가 주류화되는 과정에는 반공주의에서 출발하여 반차별·반소수자 의제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성장한 보수개신교가 있다”며 “이들은 주변부에 만족하지 않고 민주주의 제도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제도를 위협하고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극우 세력화의 흐름과 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끊임없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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