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를 환경 만든 건 지도부 성과"
尹 탄핵 반대… '중도확장' 분명한 한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요즘 매일같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받는다. "왜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지 않느냐" "장외 집회에 나가라" 등 성토의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원조 윤핵관의 귀환' '도로 친윤당' 비판을 받으며 원내대표에 당선된 지 21일로 100일째를 맞지만, 그사이 진보 지지층은 물론 보수 지지층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몸이 됐다.
친윤 의원들도 권 원내대표를 찾아와 당 차원의 장외 집회 참여를 요구한다. 권 원내대표는 그럴 때마다 "장외로 나가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나가지 않는 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득한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2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건 지금 지도부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탄핵 반대당'이란 대외적 오명에도 당내 분열이 제법 잦아든 점은 권 원내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한 전 대표 때와 달리 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거친 당권 다툼이 사라지면서 지지층 분열이 줄었다는 평가다. 권 원내대표 선출 직후인 지난해 12월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10~12일 조사·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오차 밖에서 더불어민주당(40%)에 뒤졌는데, 지난 14일 발표된 조사(11~13일 조사)에선 36%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40%)과 경합을 벌였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단 평가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보고 있다. 뉴스1 |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여야의 극렬한 대립 속에 과연 협상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18년 만의 연금개혁이란 정책적 성과도 냈다. '여야 합의' 문구를 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권 원내대표가 "해당 문장 없이도 연금 특위를 발족시킬 의사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서며 물꼬를 텄다. '강경파' 이미지가 있지만 의외로 협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2년 4월 첫 원내대표 때, 윤 대통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자 "정부 출범 이후 첫 여야 합의인데, 무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