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윤석열 대통령이 분신해 숨진 지지자 빈소에 20일 대통령실 참모진을 보내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차분하게 선고를 기다린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관저 정치’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를 동원해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한 병원에 차려진 권아무개(79)씨의 빈소에 대통령실 참모를 보내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고 대통령실이 언론에 밝혔다. 권씨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인물을 뿌리며 분신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받다 지난 19일 숨졌다. 빈소에는 전광삼 시민사회수석과 강의구 1부속실장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권씨 유족을 만나 “윤 대통령께서 비보를 접하시고 정말 가슴 아파하셨다. 유가족들께 정중히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아버님 뜻 잘 받들겠다는 말씀도 전해달라 하셨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날 오전엔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단식을 벌이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찾아 “탄핵심판 결과가 아무리 중요해도, 여러분의 생명보다 소중할 수 없으니 부디 단식을 멈추시고 건강을 회복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 의원은 한겨레에 “오늘 대통령실에서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뒤 대통령실 참모진과 주변 인사들을 통해 “차분하게 선고를 기다린다”며 외부 일정과 발언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날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며 ‘관저 여론전’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으로 권한 행사가 정지된 대통령실 참모들이 ‘메신저’ 역할을 한 것도 입길에 오른다.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의 비공식 보고는 받을 수 있으나 업무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이 참모들을 통해 조문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린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행위를 이끌어내는 것은 직무정지 중에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모를 통해) 조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여기(직무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승준 서영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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