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스타시티(Star City)에 위치한 가가린 우주비행사 훈련센터에서 최종 시험을 치르는 NASA 우주비행사 조니 김. /EPA 연합뉴스 |
다음 달 처음으로 우주 비행에 나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국계 우주 비행사 조니 김(41)이 첫 우주 임무 수행을 앞두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현재 러시아 스타시티에서 가가린 우주비행사 훈련센터에서 막바지 훈련 중인 그는 19일 NASA가 주최한 온라인 인터뷰에 참석해 ‘이번 임무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벅찬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김은 “나는 NASA에서 8년 가까이 일하며 많은 임무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유인 임무든 무인 임무든, 우리가 보는 모든 우주 임무는 막대한 노력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우주정거장에서 하게 될 과학 연구를 공유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또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경치를 기대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연구진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실험을 직접 수행하고 지구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우주 유영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ISS의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보수 계획이 예정돼 있고 그중 일부에 참여해 우주 유영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이번 임무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다만 NASA가 상황에 따라 임무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건설된 ISS는 지구 상공 400㎞ 궤도에서 하루 15.54번 지구 주위를 도는 축구장 크기의 다국적 실험 구조물이다. 현재 양국 외에 유럽 11국과 일본, 캐나다 등 13국이 참여해 공동 운영하고 있다. 2022년 7월 NASA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체 운송 수단 확보 차원에서 우주선 좌석 교환 협정을 맺고 ISS로 발사하는 자국의 우주선에 상대국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있다.
김은 이번 임무를 러시아인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 우주선인 소유즈는 러시아어로 연합(union)을 의미하고, 나는 이 단어가 지난 수십 년간 우주정거장이 존재하는 동안 이뤄진 양국 간의 협력을 묘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 대표가 될 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했다.
◇ 네이비실 대원→하버드 의대→우주비행사... 화려한 조니 김 스펙
한국계 미국인인 조니 김은 압도적인 스펙으로 ‘미국의 엄친아’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나사 우주비행사 등 일반적으로 하나만 갖기도 힘든 경력을 모두 가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김은 2002년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해 네이비실 소속으로 이라크에 파병돼 알카에다를 상대로 100여 차례 전투 작전을 수행하고 다수의 군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이후 미군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 하버드 의대에서 의사 면허와 학위를 취득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1년 반을 수련했다. 이라크 파병 당시 전우들이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을 본 게 의대에 진학한 계기였다고 한다.
우주 비행사에 대한 꿈은 하버드 의대 재학 당시 만난 NASA 우주 비행사 스콧 패러진스키를 통해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진스키 역시 의사 출신의 우주 비행사였는데, 그가 김에게 우주 비행사 지원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후 김은 의료 기술을 활용해 우주에서 과학 연구를 수행하면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7년 NASA 우주 비행사 모집에 지원, 지원자 1만8300명 중 12명만 선발되는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다만 아르테미스 임무를 수행할 최종 4명에는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은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숨겨진 아픈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2020년 3월 네이비실 출신 퇴역 군인이자 작가인 조코 윌링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그는 어린 시절 근면했지만 알코올중독이 있던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으며, 그런 배경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어머니와 동생)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고자 네이비실 입대를 꿈꾸게 됐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열여덟 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사망에 이른 어두운 가정사를 들려준 뒤 “당신은 나쁜 카드들을 갖고 태어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계속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당신은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김은 이번 NASA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이력과 관련한 질문에 “거절이나 실패에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실패에서 멈춘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을 꾸고, 영감을 얻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는 항상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런 가치관이 인생의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은 자신과 비슷한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향해서는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를 확실히 다지는 것”이라며 “수학, 화학, 생물학 등 모든 고급 개념들은 기본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기초가 부족하면 나중에 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꾸준함이 중요하다”며 “우리의 뇌는 단기 암기보다는 꾸준한 학습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배우는 내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