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SSAFY·사피)를 찾아 청년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삼성에서 잘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하고 과실을 모든 국민이 나누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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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로비에서 이 대표를 맞이해 간담회 장소까지 안내했고, 공개 회담에서도 "AI의 미래를 진전시켜 나갈 청년도 (이 대표가) 방문해 줘서 감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청년에게 이런 각별한 배려를 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피'는 삼성의 소프트웨어 교육 경험과 노동부의 취업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취업 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 교육 및 다양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이 회장과의 회동 이후, 교육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의 고충을 청취하며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아카데미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이재명 "원하는 사람 AI 공부할 기회 보장"
이 대표는 'AI(인공지능) 산업 성장 관련 정책을 설명해 달라'는 교육생의 질의에 "국민은 AI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정도만 알지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사실 모른다"며 "정부 영역에서도 정책을 담당하지만 내용을 잘 알 수 없는데, 제 생각에는 정부가 '기본적인 토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이 사피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은 공공교육 영역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고, 현재 (공공교육이) 잘 안된다는 뜻"이라며 "원하는 사람이 AI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개발 기회와 비용을 공공이 최대한 많이 담보해 주는 것도 좋겠다"며 "앞으로 우리 삶을 통째로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경제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스타트업·벤처 투자 등에 공공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정성이 담보된다는 전제로 정부가 (기업)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할 것 같다"며 "삼성이 잘하고 있지만, 하나의 대기업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하고 과실을 모든 국민이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교육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실패한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 줘야"
이 대표는 취업난에 빠진 청년들에 대해 "미안하다"며 "정부 영역이 부족했던 것인 만큼, 지금부턴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선 '청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교육생의 질의에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역량은 '능동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세대는 상당히 입구가 넓은 긴 터널의 입구를 잘 찾아서 쭉 가다 보면 정년퇴임을 할 수 있었다"며 "웬만한 대학과 역량을 갖추면 회사에 들어가고 정년이 보장되는 등 큰 걱정 없이 살았지만, 지금의 청년은 '거대한 운동장' 중간에 놓여 정해진 길이 없는 세상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생각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실패한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성·능동성·자발성·창의성'까지 기르면 언제든지 길은 열릴 것이고, 우리처럼 정해진 일을 평생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청년들을 향해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말 '무한 경쟁 시대'이고, 그 경쟁에 우리 청년이 노출되고 있는데 도전에서 실패했을 경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축해 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고 획기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불안정해지고 위기의식이 높지만, 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청년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하거나 국가 시스템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교체하는 등 고통이 있더라도 새로운 사회를 향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로비에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요청받거나 한 것도 없어…답 찾기 위해 온 것"
이 대표는 이후 강의실을 찾아 교육생들이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격려하는 것으로 이번 사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정은 소프트웨어·AI 인력 양성 관련 민과 관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현장에 답을 찾기 위해 온 것"이라며 "민주당이 삼성에 특별히 어떤 요청을 받거나 삼성이 민주당에 요청을 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특별법·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삼성 측은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만, 특별히 (소프트웨어) 전공을 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5대 5 정도로 지역 청년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히 이 회장이 비공개 회담에서 최근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풍림파마텍 지원' 일화를 꼽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12월 의료기기 제조기업인 '풍림파마텍'이 최소주사잔량(LDS)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회장은 당시 가장 보람 있었던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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