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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로봇 돌아다니는 시대, 5년도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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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심재현 특파원


인공지능(AI) 선두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돌아다니는 시대가 오는 건 5년 후의 문제가 아니라 몇 년 후의 문제"라며 로봇 시대를 예고했다.

황 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 기자간담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업 공장들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될 날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말한다.

황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제가 잘 되고 구체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는 공장에 먼저 도입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하나를 임대하는 데 비용은 10만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는데 이 정도면 경제성도 꽤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CEO의 이 같은 언급은 AI가 보편화됐음을 보여주는 징후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픈AI에서 2022년 11월 대화 목적으로 개발한 언어 기반 생성형 챗GPT를 출시한 지 3년 만에 일반인도 체험할 정도로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처럼 AI 기술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순식간에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을 AI 기술 선두업체 수장으로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GT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로봇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황 CEO는 전날 기조연설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가상현실 생성 소프트웨어 '아이작 그루트 블루프린트'도 공개했다.

황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엔비디아는 더 이상 반도체 제조업체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엔비디아가 칩을 열심히 만들고 판매하던 것은 지난날의 일이고 이제는 수억, 수조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AI가 모든 산업을 견인하는 기술이 된 만큼 AI 반도체를 포함해 로봇, 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군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 판매하는 '인프라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황 CEO는 전날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칩 '루빈'과 '파이먼' 등의 개발 로드맵을 공개한 것을 재차 언급하면서 "어떤 기업도 2년, 4년 후의 제품을 먼저 알리지 않는데 엔비디아가 그러는 이유는 AI 설비업체이기 때문이고 엔비디아와 관련된 모든 기업이 이 로드맵에 따라 미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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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심재현 특파원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품목으로 반도체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적어도 단기적으론 우리의 사업 전망과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민첩한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제품을 대만이나 멕시코에서만 구매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미국 현지 제조를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조달할 5000억달러(약 729조원) 규모의 반도체와 장치 가운데 상당 부분은 TSMC나 폭스콘(홍하이 정밀공업) 등의 미국 내 생산라인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올해 미국에서 4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와 함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법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고객의 수요를 최대한 맞추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시작해 트럼프 정부도 이어받은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합법적으로 지키는 선에서 중국에 대한 GPU(그래픽처리장치) 판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대만 TSMC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누구도 엔비디아를 컨소시엄에 초대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 탑재와 관련해선 "삼성과 엔비디아는 이미 많은 DDR(더블데이터레이트) 메모리를 만들고 있다"며 "HBM3E에서도 삼성이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고 삼성은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3E 품질검증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대가 크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연내 출시할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 제품이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HBM3E을 대량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차세대 기술 분야로 꼽히는 양자컴퓨팅 연구와 관련해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협력해 보스턴에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황 CEO가 양자컴 연구개발을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20~3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황 CEO의 발언을 고려해도 파격적인 결정이다. 구글, 아마존,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기술 선도업체가 최근 잇따라 연구 결과를 내놓자 전략을 급선회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역시 지난 15일 구글의 최신 양자프로세서 '윌로'를 능가하는 10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쭈충즈 3.0'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너제이(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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