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국민 10명 중 7명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나 정작 추경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추경을 논의할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논의로 지지부진하고, 기획재정부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3월 중 추경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도 예상보다 늦어지자 추경이 덩달아 밀리는 모양새다. 우물쭈물하다가 경기 침체 골만 깊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70.5%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2.6%에 그쳤다. 추경 필요 이유를 묻자 54.8%가 ‘경기침체 대응’을 꼽았다. 적절한 추경 편성 시기로는 ‘3월 중’이라는 응답이 29.1%로 가장 많았다.
추경을 논의해야 할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공전하고 있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정부에 ‘이달 중 추경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여야 합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여·야·정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이 늦어진 것도 추경이 늦어지는 큰 요인이다. 기재부는 탄핵심판 선고 전에 추경을 편성하기 부담스러운 처지다. 윤 대통령 탄핵이 각하·기각되면 최 권한대행은 다시 경제부총리 역할로 돌아가고 윤 대통령이 여야의 추경 편성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 여·야·정의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여야가 추경 편성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세부 쟁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야당이 삭감한 예비비·특수활동비 원상 복원을 포함한 15조원 규모의 ‘핀셋 추경’을 주장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한다. 기재부는 세부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여야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추경안을 삭감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머뭇거리는 동안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졌다. 연초부터 생산·소비·투자 분야가 모두 둔화하는 ‘트리플 악재’가 이어졌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지 여야정 협의회에 있지 않다”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 추경을 늦출수록 민생이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추경은 빨리 할수록 효과가 나타나는데 정부가 우물쭈물하다가는 나중에 더 나빠진 경기 회복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겹악재에 출구 안 보이는 한국 경제···1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0415180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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