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현지시간) 카자 칼라스 EU 외교 정책 담당은 벨기에 브뤼셀에있는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국방 '대비 태세 2030' 백서를 공개했다. /AFPBBNews=뉴스1 |
1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장기 포괄적 방위 전략인 '대비 태세 2030'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EU 2030년까지 EU 국가들의 재무장을 목표로 국방 예산 8000억유로(약 1274조원)를 투입한다는 구상을 기반으로 한다.
규정에 따르면 한국 등 제3국도 EU 회원국들의 공동예산을 활용한 공동조달에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EU 가입 신청국·후보국인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한국·일본·노르웨이·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몰도바 등이 해당한다. 이들 국가에 기반을 둔 방위산업체의 무기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3국의 참여 조건은 까다롭다. 무기 조달은 최소 2개 이상의 적격 국가가 '공동 구매'해야 하며, 이 중 1개국은 EU 회원국이어야 한다. 공동구매팀은 집행위와 구매 관련 구체적인 별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공동구매로 사들인 무기는 EU 회원국 무기 비축이나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공동구매 시에는 완제품 가격의 65%에 상응하는 부품이 EU와 유럽경제지역(EEA)이나 비EU 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를 포함하는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권역 또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 부품이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제3국이 한국산 무기를 선택할 경우에만 한국 방산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다만 제3국도 자국 방위산업을 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고 한국 방위산업의 유럽 수출 확대 기회가 닫힌 것은 아니다. 이번 백서에는 EU 각국이 국방비 지출 수준을 2021년 대비 연간 GDP의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재량을 확대하는 EU 재정준칙 예외조항도 담겼다. 이 조항이 발동되면 4년 동안 EU 전체 GDP의 1.5%에 해당하는 6500억유로(약 1034조원)가 국방비로 동원될 것으로 집행위는 예상한다.
EU 회원국이 해당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기 재고 비축에 나설 경우 한국 등 제3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백서에는 "안보·방위 파트너들과 방산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현재 EU와 안보 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는 한국, 일본, 노르웨이, 몰도바,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등 6개국이다.
이번 백서에 관해 EU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EU 관계자들은 총 8000억유로 규모 투자가 완전히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신용 등급이 높고 부유한 회원국은 EU의 대출을 받을 의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가 어려운 남부 유럽 회원국도 국방을 위해 국가 부채를 늘리는 데 주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투자은행 이사회는 오는 21일 회의를 열어 국방 투자 확대를 위한 대출 정책 규칙 완화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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