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뉴프론티어] 강태신 심플랫폼 대표
강태신 심플랫폼 대표 / 사진제공=심플랫폼 |
산업 특화 AI(인공지능)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데이터가 필요했다. IoT(사물인터넷)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SI(시스템통합) 및 IT서비스 기업을 통해 고객사에 이식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같은 통념을 깨고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산업의 주요 장비·가전 기업이나 공공·의료기관 등 70여곳에 산업 특화 AI 모델을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 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심플랫폼'이다.
심플랫폼은 원활한 데이터 수집·축적을 위해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센서의 보급에 주목했다. 수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IoT 기기 모듈에서부터 AIoT(인공지능·AI와 IoT의 합성어) 산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IoT 기기에서 서버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와이파이, LTE, 5G 등 통신망을 통한 연결이 필요하다. 기존엔 IoT기기-서버간 통신 방식이 제각각이었지만 심플랫폼은 어떤 통신 방식으로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AI모델의 경량화·효율화도 추진했다. 기존 AI모델이 '정상'과 '비정상' 데이터를 일정 규모 이상 축적한 후에야 이를 학습·훈련시키는 데 활용했다면 심플랫폼은 '정상' 데이터 이외의 데이터는 '비정상' 또는 '이상'으로 감지하도록 하는 속성 방식을 택했다. 이론적·학술적 완벽함보다, 산업 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진입이 어려운 반도체 사업부터 공략했다.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불량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의 유효성이 확인돼 DB하이텍에 납품이 가능해졌다.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분야로의 확장은 수월하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축산물 품질관리에도 누비즌이 쓰인다. 한우 1++(1등급 투플러스) 최고 등급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고기 단면의 사진에서 근내 지방도(마블링) 정도와 패턴을 분석해 1++ 등급이 부여될 만한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도 활용된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럴림픽 배드민턴 경기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훈련하는 데 쓰였다. 경기 영상을 누비즌이 분석해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해당 선수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으로 이어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한 병원 시스템에도 누비즌이 적용됐다.
2011년 설립된 심플랫폼은 IPO(기업공개)를 위해 국내외 기관 2135곳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밴드(1만3000~1만5000원)의 상단인 1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청약에서도 9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는 AI 솔루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이 컸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강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보급될 수 있는 레퍼런스(사업 수행 실적)를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AIoT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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