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융위원회] |
[필드뉴스 = 유호석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함이다.
또 1조원대의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공동펀드를 조성하고 저축은행 전문의 부실채권(NPL) 관리회사도 설립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9개 저축은행 대표, 저축은행중앙회 등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저축은행업권의 M&A 촉진 정책이다. 금융위는 신속한 시장자율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다소 엄격한 현행 M&A 기준을 한시적(2년간, 필요시 연장)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본래 M&A 허용 대상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이거나, BIS 비율(자기자본비율)이 9%여야 한다. 허나 앞으로 2년 간은 최근 2년 이내 자산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에 해당하거나, BIS비율이 11% 이하면 M&A가 허용된다.
이에 따라 M&A를 통한 저축은행업계의 재편이 예상된다. 이미 OK금융의 경우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페퍼저축은행 인수전에도 나선 상황이다.
또한 당국은 부실 부동산 PF 정리에도 나선다. 경·공매 등 기존 부실PF 정리·재구조화 수단을 보완하고 정리·재구조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약 1조원 이상의 부실 PF 정상화 공동펀드를 개편해 조성·운용한다.
더불어 저축은행업계의 상시적·효과적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업권 전문 NPL관리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첫단계로 대부업법상 NPL대부채권매입추심회사를 만들고, 저축은행법 개정 후 자산관리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추가로 수신 규모 확대, 비대면 거래 증가 등을 감안하여 저축은행중앙회의 시장 안정 지원 기능 등을 제고하기 위해 중앙회의 차입한도를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한다.
당국이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은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날 금융위는 제5차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 권고를 의결했다. 같은 조치 대상 후보였던 페퍼·우리·솔브레인 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개선을 인정받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0.5%로 법정 기준(8%)을 충분히 상회함에도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졌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6.9%로 전년말 대비 11.85%포인트 급증했고, 연체율도 18.70%로 업계 평균(8.52%)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어서다.
저축은행들의 평균 BIS비율은 일견 규제 기준을 상회하고 있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정작 부실채권은 급증세다. 지표상으로는 멀쩡해보여도 실제 부실이 반영될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 79곳 중 60곳(75.9%)이 작년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어선다. 이번에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건설·부동산업 및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8.62%에 달한다.
이는 최근 서울을 제외한 전국 부동산 경기와 내수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향이다. 당장은 저축은행업계에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전에는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대규모 불법·부실대출 및 열악한 손실흡수능력 등의 경영상황이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리면서 추가 자본조달조차 불가능해져 영업정지 및 계약이전 방식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과거 위기시와 달리 저축은행 업권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위기대응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상상인저축은행의 적기시정조치가 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번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과 관련해 "업계가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올해 하반기 중 2단계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 지역·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 등을 감안하여 저축은행이 금융 산업 내에서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한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업계를 대표하여 더욱 철저하게 업계 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또 이번 방안에 포함된 중저신용자 맞춤형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저축은행 NPL관리 전문회사 설립, 저축은행 PF 대출 정상화 펀드 조성·운용 등 업계협력 사항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회원사들과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박준태 금융연구원 박사는 "오늘 발표된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은 저축은행 본연의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저축은행 발전방안에는 영업환경 변화 등을 감안한 미래 저축은행업계의 청사진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필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