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인조이'는 물론이고 출시를 앞둔 '인조이'의 상황이 훨씬 그렇다. '인조이'는 오는 28일 PC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스팀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 인생 시뮬레이션 신작 게임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돌입하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그런 '인조이'를 직접 체험한 뒤 웃음이 샜다. 개발사가 크래프톤이라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조1825억원을 거둬들이며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 기준 국내 게임사 1위 자리도 꿰찼다. 수익 대부분이 '배틀그라운드'로 발생했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높은 자유도..."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자유롭다.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만들든 집을 짓든 인테리어를 하든 취향을 디지털 공간에 반영할 수 있다. 숱한 게임들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메인 콘텐츠의 부속 기능으로 내세우는 반면 '인조이'는 커스터마이징 자체가 하나의 정교한 게임으로 기능한다.
연령대나 눈동자색, 성별, 체형, 스타일, 성격 등 캐릭터 세부 설정 항목이 수두룩하다. 얼굴형 대칭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 신발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자세나 춤 같은 행동 구현도 가능하다. 무엇이든 가능한 이 게임의 특징은 역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유저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사진을 바탕으로 게임 속 오브젝트를 생성할 수 있는 3D 프린터 기능은 높은 자유도를 드러내는 좋은 예다. 특정 인물의 사진을 이용해 흉상을 제작한 뒤 게임 속 한국을 상징하는 도시인 '도원'의 건축물 울타리로 사용했더니 시각적인 현실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유저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게 된다.
'내성적' CPC 성격에 긴 대화 불편한 기색
자유도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인조이'는 최고의 기대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심즈' 일변도의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에 균열을 내며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일강 체제를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배경엔 크래프톤이 자랑하는 '스마트 조이'가 있다.
조이는 '인조이' 속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스마트 조이는 협력 가능한 캐릭터(CPC) 기술을 활용해 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조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캐릭터의 생동감을 높이고 게임 전반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캐릭터가 거듭 의사를 드러내며 지속적인 상호작용 경험을 선사한다.
예컨대 공원에 머무를 때 캐릭터가 음악 감상 욕구를 드러내거나 길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며 휴식을 원하는 식이다. 이는 초기 캐릭터 설정 시 선택한 성격이나 캐릭터가 처한 상황 등과 맞물려 다양한 변수로 작용한다.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키워나갈 때 이런 효과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표현 수위 어디까지?...동시 연애에 男-男 호감도
'인조이'의 방대한 콘텐츠 중 한 우물만 팠더니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애정을 갈구하는 남성으로 캐릭터를 키워나간 것. 그 결과 5명의 여성 캐릭터와 동시에 연애하며 '천생연분'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관계가 깊어지면 키스나 공주님 안기 등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대화(행동) 선택지가 나타난다.
장소에 따라 키워드도 변한다. 깊은 관계에 있는 상대를 휴대폰으로 연락해 집으로 초대하면 '알싸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다만 앞서 개발진이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션을 통해 밝힌 바 있듯 직접적인 행위 구현은 없다. 키워드도 이후 행위를 떠올릴 수 있는 간접 표현으로 설정됐다. 그래서 '인조이'의 수위는 '맵기'보다 '알싸한 편'이다.
아울러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한 조이들과의 사이를 확인할 수 있다. 클릭 실수로 우연히 말을 섞은 남성과의 사이에 호감이 형성된 것도 보였다. '인조이'는 애초에 캐릭터 생성 단계부터 연예 지향성을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형뿐 아니라 설정에 한층 깊이를 더한 것이다. 더불어 요리와 같이 대화도 나눌수록 스킬 레벨이 상승한다.
얼리 액세스 'D-8'...높은 기대치 부합할까
'인조이'가 선사하는 신선함과 별개로 고공행진 중인 기대치는 잠시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독보적인 강점으로 내세운 면면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리얼 엔진 5로 구현한 높은 수준의 그래픽은 최적화 필요성을 부각했다. 게임이 요구하는 고사양은 출시 전부터 일부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번 체험에 사용한 컴퓨터 사양은 CPU AMD 라이젠 5 5600X GPU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12GB RAM 32GB SSD 1TB 등이다. 해당 환경에서 간헐적 끊김 현상이 발견되며 보다 부드러운 작동을 위해 추후 환경 설정에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AI에 대한 높은 기대도 그 기능적 효용과 한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시 연애 실험을 통해 연인 관계인 상대방이 있는 장소(공원)에서 다른 캐릭터와 데이트를 하거나, 연인 뒤편에서 다른 캐릭터와 키스를 하는 행위 등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 이런 부분을 통해 상호작용의 범위가 뚜렷해지기도 했다.
'인조이'는 8일 후 전 세계 유저들을 만난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게임성과 크래프톤이라는 배경은 흥행을 위한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동시에 특정 기능적 요소에 유저들의 시선이 집중돼 과도한 기대가 불필요한 혹평을 낳지 않도록 이를 분산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4만4800원(39.99달러)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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