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1.7%로 낮추고, PCE상승률 2.8%로 상향
파월 연준 의장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빠르게 사라질 인플레이션이라면, 때때로 이를 그냥 지나쳐 보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 즉,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력을 보이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신중한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현재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언급했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위원회는 연준의 이중 목표(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에 대한 위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은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2.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전 예상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드러낸 것이다. 연준 이사들은 경제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더 커졌고 경제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금리인하 두차례 전망은 유지..동결표는 4명으로 늘어나
그럼에도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는 변함이 없었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중앙값)을 3.9%로 유지했다. 3개월 전 예측(3.9%)을 그대로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현재 기준금리 4.25~4.5%에서 올해 약 두차례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내후년 기준금리 전망치도 그대로 유지했다. 2026년 최종금리는 3.4%, 2027년 최종금리도 3.1%로 유지했다. 중장기 금리도 3.0%로 유지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연준 위원들의 입장은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점도표에서는 단 한명의 위원이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무려 4명이 동결을 지지했다. 4명은 한차례 인하를 전망했고, 두차례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9명이었다. 세차례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었다.
“장기 기대 인플레 잘 고정...1970년대 스태그 직면하지 않아”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대체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격이 강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이미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두달간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면서 관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아마도 사람들이 관세 부과 전에 해당 상품에 대한 사재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추가진전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재차 말했다.
하지만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1년,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상향됐지만, 연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5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여전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관세 영향이 일부 상품에는 나타나고 있지만 고질적 문제거리였던 주택인플레이션 등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잘 고정돼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한동안 문제가 됐단 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보내지 않았다. 그는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른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 위험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높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은 전반적으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실업률은 자연스러운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며 “경제는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확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질문에 “복수의 경제 전망가들이 침체 확률을 다소 올렸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이라면서 “(침체 확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질문엔 “현재 우리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4.1%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2%에 가깝게 둔화하는 상황에 있다”며 “우리가 (1970년대의) 그런 상황과 비교할 만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적긴축 추가 속도조절...더 오래 하기 위한 조치
아울러 연준은 양적 긴축(QT)에 대한 속도를 추가로 늦추기로 했다. 4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한도를 25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줄였다. 다만,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보유 축소 한도는 350억 달러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QT속도조절을 한 것에 비해 두배로 속도를 줄인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FOMC 회의록에서 여러 위원은 “부채 한도 문제로 인해 향후 몇 개월 동안 준비금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과 관련해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일시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채한도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지급 준비금)이 불안정해지고 지급준비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미국 자금시장을 흔들고,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되는 새로운 국채를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연준이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연준이 양적 긴축을 끝내고 양적완화로 돌아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양적긴축 속도를 줄일수록 양적긴축은 더 오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현재 양적 긴축 속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반대표를 던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긴축이 올해말께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올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유지했다는 안도감에 주식과 국채는 랠리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