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는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도쿄시리즈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5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서 물러났다.
많은 이목이 쏠렸던 역사적인 데뷔전서 극과 극의 엇갈린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세계 최고의 포크볼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던 주무기가 흔들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사키 로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사실 이날 출발은 매우 좋았다. 사사키는 1회 등장부터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줬다. 1회 말 등장 이후 1~3구를 모두 100마일(160.9km)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강렬한 첫 출발을 알렸다. 이어 후속 타자 스즈키 세이야의 타석에서 이날 가장 빠른 101마일(161.5km)의 포심패스트볼을 꽂아넣었다. 이어 사사키는 자국의 선배 스즈키를 상대로 빅리그 첫 삼진을 솎아냈다. 이어 2구만에 터커를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고 11구만에 삼자범퇴로 1이닝을 마쳤다.
사사키의 압도적인 구위에 타자들의 배트가 밀려났고 주무기인 포크볼은 단 1구만 던졌음에도 컵스 타선이 그를 공략하지 못하자 이날 도쿄돔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사사키도 큰 짐을 덜어낸 듯 이닝이 종료되자 크게 심호흡을 하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2회부터 사사키의 제구난이 시작됐다. 문제는 사사키의 제 1 변화구인 포크볼이었다. 야마모토 등의 다른 투수들의 포크볼과 달리 마치 너클볼처럼 회전수가 매우 적은 사사키의 포크볼은 낙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사사키는 시범경기에도 이 스플리터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앞서 시범경기 2차례에 등판한 사사키는 1번 선발로 나섰고, 도합 7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60km에 그쳤지만(?) 주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워 많은 삼진을 솎아냈다.
사사키 로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하지만 2회 사사키는 첫 타자 부시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데 이어 후속 타자 쇼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냈다. 하지만 이후 후속 타자 스완슨을 상대로 다시 제구가 흔들렸다.
특히 포크볼의 제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고 결국 도루와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2루에 몰렸다. 제구 불안이 계속됐지만 제3구종인 슬라이더를 꺼내들었고 크로우의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에 이어 더블 아웃이 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3회가 이날 최대 위기였다. 이닝 선두타자 켈리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낸 사사키는 후속 타자 버티에게 이날 첫 번째 안타를 맞았다. 이어 후속 타석에서 추가로 2루 도루를 허용한 사사키는 햅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한 차례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후에도 사사키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스즈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에 몰렸다. 결국 사사키는 후속 타자 터커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첫 실점을 했다.
사사키 로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투구수가 흔들리자 구속을 떨어뜨리면서 포심패스트볼을 통해 다시 영점을 조절했다. 결국 사사키는 부시와 쇼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자신이 자초한 최대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4회 초 다저스 타선은 키케 에르난데스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더 달아나면서 사사키에게 5-1의 넉넉한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3이닝 동안 57구를 던진 사사키를 더 마운드에 두지 않았다. 4회 말부터 가르시아가 마운드에 오르면서 사사키는 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공식 데뷔전을 마쳤다.
여러모로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남긴 데뷔전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18일 열렸던 도쿄시리즈 1차전은 일본 전국 각지에서 30%가 넘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도쿄가 위치한 간토 지방 기준으로 31.2%로 집계됐고, 특히 오타니와 사사키의 출생지인 혼슈 북동부 이와테현의 시청률은 무려 39.8%에 달했다고 한다. 2차전 공식 시청률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만큼 일본 전국민이 이번 도쿄시리즈와 사사키의 빅리그 데뷔전에 큰 관심을 쏟아부었다.
그도 그럴만 했다. 2019년 NPB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사사키는 이후 통산 64경기서 29승 15패 평균자책 2.10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선 9이닝 동안 19탈삼진 퍼펙트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올렸다. 2023 WBC에서도 사사키는 대표팀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책임졌고, 향후 사무라이 재팬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사사키 로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사사키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최소한 수억 달러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을 만한 선수라며 많은 관심을 보냈다. 지난 1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와 계약할 당시에도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사사키는 25세 미만의 드래프트 대상 외의 외국인 선수였기에 국제아마추어 선수 자격으로 다저스와 계약하게 됐는데, 30개 구단 전체가 사사키의 포스팅에 관심이 있을 정도였다. 올 시즌에도 사사키는 압도적인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중이다.
부담 속에서 치른 도쿄시리즈 데뷔전은 사사키의 가능성과 현재 약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특히 앞서 메이저리그 각종 언론이 세계 최고의 스플리터(포크볼)로 꼽았던 사사키의 해당 구종은 이날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포크볼의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볼넷을 남발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포심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하면서 코너워크를 의식하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나고 제구가 더 흔들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반면 구위는 합격점이었다. 2023년 159km 내외의 평균 구속을 기록했던 사사키는 2024년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등판 경기가 줄었고 평균 구속도 156~7km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사사키의 1회 포심패스트볼은 평균 160.3km로 집계됐고, 3회까지도 97~8마일 내외서 꾸준히 형성됐다. 결국은 엉망이었던 포크볼의 제구력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와 함께 이날 37구 가운데 단 16구로 절반도 못 미치는 43%에 그쳤던 포심패스트볼 제구도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는지가 향후 등판의 성공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사사키 로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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