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고,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 방점을 찍었지만 뉴욕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급등했다. AP 뉴시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면 지금의 고금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예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고금리 지속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경제 둔화가 균형이 잡혀 있어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또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도표로 나타낸 점 도표를 통해 올해 0.25%p씩 두 차례, 내년에도 두 차례, 그리고 2027년에는 한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탄탄하면 고금리 지속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가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는 한 연준은 지금의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가 계속 탄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지속 가능하게 2%를 향해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연준은 지금의 긴축 정책을 더 길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반대로 “만약 노동시장이 갑작스레 취약해지거나, 또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면 이에 맞춰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 위협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말을 아끼던 파월은 이날 작심한 듯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가 단기 인플레이션 예상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은 “최근 일부 단기 예상 인플레이션 측정치들이 올랐다”면서 “시장에서, 또 설문조사에서 모두 이런 현상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 관세를 주된 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은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 이민, 재정정책, 규제완화 등 4개 주요 분야에서 대대적인 정책 변경에 나서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이들 정책 변화의 순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하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이 점점 안정되고 있었지만 트럼프 관세로 “추가 개선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비관했다.
파월은 예상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된 배경은 바로 트럼프 관세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0.3%p 높은 2.8%로 높여 잡았다.
경기침체 위험, 아직 높지 않아
파월은 최근 시장에서 미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 이런 심각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일축했다.
지난 7일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논조의 발언이다.
그는 우선 “연준은 그런 종류의 전망을 내놓지 않는다”면서 연준은 경기침체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이어 “외부 전망을 보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예상이 일반적으로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발언의 수위는 완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직접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 낮다를 얘기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나오는 전망으로 보면 실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다만 경기침체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기도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건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25%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성장-인플레이션, 균형 잡혔다
파월은 미 경제에 대한 낙관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날 연준이 인플레이션 예상은 끌어올리면서 대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0.4%p 낮은 1.7%로 하향 조정했지만 파월은 미 경제가 여전히 "전반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인플레이션 예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씀씀이는 ‘완화’되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은 연준이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일부 감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파월은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은 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서로 균형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균형 덕에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파월은 이런 전망은 ‘극도로 불확실’하다면서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을 비롯해 경제를 둘러싼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시 환호
뉴욕 증시는 파월 기자회견 내용을 지켜보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파월이 지금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갈 가능성을 얘기하면서도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은 덕이다.
미래 수익 현재 가치가 금리에 좌우되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1.8% 상승한 1만7825, 시황을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4% 뛴 5692를 기록했다.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도 1.2% 오른 4만2069로 올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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