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관계부처 합동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국고보조금을 받아 여러 사업을 하는 A업체는 나랏돈이 들어가는 행사를 대신 열어줄 업체를 찾기 위해 나라장터가 아닌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냈다.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B업체와 계약을 맺고 5년간 총 39억 원어치의 일감을 줬다.
하지만 알고 보니 두 회사 대표는 인척 관계였다. 내부 평가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평가 기준과 결과, 참여 평가위원은 확인할 수 없었다. A업체는 정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B업체와 계약한 후 요식행위로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보조금 부정 수급 적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2023년 7월∼2024년 6월 집행된 국고 보조사업 중 부정이 의심되는 8000여 건을 살펴보니 이 중 630건에서 보조금 부정 수급이 발생했다. 1년 전(493건)의 1.3배로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부정 수급 액수는 총 493억 원이었다.
D업체는 원래 가지고 있던 장비에 라벨을 덧붙여 새로 구매한 것처럼 꾸민 뒤 2억4000만 원의 보조금을 빼돌렸다. 연구 목적으로 컨테이너 및 부지도 빌렸지만, 이는 D업체로부터 60km나 떨어져 있었다. 이 업체는 업무 추진비로 물품 공급업체, 임대업체 등 이해관계 사업자들과 회식하기도 했다.
부정 수급 유형별로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수의계약 조건을 위반하는 등 거래 계약 과정에서 부정이 있는 경우가 392억 원으로 금액 기준 가장 많았다. 가족 간 거래로 보조금을 빼돌린 경우는 3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아들 명의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계약하거나 직원도 아닌 아들딸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가운데는 한 회사가 100억 원대 보조금을 빼돌린 경우도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조금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직원들이 부정 수급에 관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며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해당 부처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부정 수급이 최종 확정되면 보조금 환수, 부가금 징수, 명단 공표 등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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