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건 교육부의 대처였다. 교육부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영어유치원에 대한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애초에 유아 사교육비 조사가 급증하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일한 대응이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
교육부는 그나마 있는 규정도 제대로 단속 못하고 있다. 상당수 영어유치원은 영어만 가르친다고 신고하고 수학·예체능 수업 등을 진행 중이다. 2023년 교육부가 단속을 예고했으나 큰 변화는 없다. 최근 세종시 영어유치원 9곳의 교습신고 확인 결과 영어 외 과목을 신고한 곳은 3곳뿐이었다. 이쯤 되면 단속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어유치원 존재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개인 선택을 막을 수 없고, 영어 집중 교육이 필요한 이들도 있다. 다만 지금처럼 규제 사각지대에서 학원이 공교육기관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다수가 불안해하며 그곳으로 ‘몰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입시 준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으로 가는 이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유아 사교육비 발표일, 교습비 단속 등만 강조하는 교육부 관계자에게 “고액 교습비보다 유치원 대신 학원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고 묻자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2년 전 ‘학원이 유치원 행세하는 것을 막겠다’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표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이런 무관심이 영어유치원을 키우고, ‘7세고시’, ‘4세고시’란 신조어를 만든 것 아닐까.
단속보다 중요한 문제도 있다. 영어유치원은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와 결부돼 있다. 정부 기관에 아이를 맡겨선 뒤처진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집·유치원을 한 기관(가칭 영유아학교)으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추진 중인 이 부총리는 이를 통해 교육·보육 질을 높이고 기관 선택 고민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더 나아가 영어유치원에 대한 고민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영어유치원이 아닌 영유아학교를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면 부모들의 불안과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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