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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광장의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지지층 선동으로 비칠 수 있는 과격 발언을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불법 테러 선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지금 이 순간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이라며 “중요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헌정 질서를 파괴할 경우에는 현직이어도 처벌하게 돼 있다. 국민 누구든 현행범으로 최 권한대행을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재의 결정에도 최 권한대행이 꿈쩍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온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격앙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이에스(IS·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테러리스트 단체)와 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발언이 아닌지 잠시 착각했다”며 “자기 지지자가 (최 권한대행에게) 테러를 저지르라고 부추기는 불법 테러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당의 대표로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를 너무 천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도 “‘몸조심하기 바란다’는 (말은) 깡패들이 쓰는 말”(한동훈 전 대표), “폭동에 대한 선동이며, 공직자에 대한 협박”(안철수 의원)이라며 총공세를 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만에 하나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는 정말 끔찍할 것”이라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렇게 부산 떨지 말고 그만 감옥 가라”고 비아냥댔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논란이 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현안질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게 “국민 누구나 최 권한대행을 체포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천 처장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조직폭력배가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고 상인한테 가서 돈을 뜯는데, ‘밤길 조심해라’ 한마디 해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된 판례가 있다”며 “이 대표가 협박죄 현행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발이 핵심에서 비켜난 말꼬투리 잡기라며 발끈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실상 내란 동조에 나서고 있는데, 최 대행의 위법·위헌 행위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경고한 게 테러 선동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되받을 일이냐”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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