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이버 보안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홀딩스(이하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서학개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정보기술(IT) 시스템 마비 사태 후 고조된 우려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 몇 달간 주가가 치솟으며 투자자가 진입하기 부담스러워진 시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산업 발달에 따른 수혜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라우드스트라이크 |
팔콘 앞세운 플랫폼화 ‘굿’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사이버 보안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힌다. 특히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보안 분야에서 돋보인다. 엔드포인트란 네트워크 끝에 연결된 PC나 모바일 등의 기기를 의미한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EDR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보안을 접목해 기기 내 모든 행위를 분석하고 새로운 공격 유형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보안 플랫폼 ‘팔콘’이다. IT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기준 엔드포인트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 유입되는 데이터는 알고리즘 훈련에 활용된다. 유입량이 많아질수록 고객에게 더 적합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특히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EDR뿐 아니라 다양한 보안 항목까지 범위를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보안 정보 이벤트 관리(SIEM), 확장 탐지·대응(XDR), 클라우드 보안, 취약성 관리, 데이터 보호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다양한 서비스에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매출의 약 95%가 구독형 모델이다.
증권가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플랫폼화 전략을 높게 평가한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고객의 복수 모듈 채택률은 매 분기 높아지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플랫폼화 전략을 가장 잘 채택한 보안 업체 중 하나”라며 “플랫폼화 트렌드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경쟁사와 비교해 연구개발(R&D)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도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대표적인 경쟁사는 팔로알토네트웍스(이하 팔로알토)가 꼽힌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팔로알토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앞선다. 3월 12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팔로알토가 1188억달러(약 172조원),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860억달러(약 125조원)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달리, 팔로알토는 이미 영업이익률 27%대의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R&D 투자에서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앞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팔로알토가 지난해 플랫폼화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마케팅과 영업비용 지출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반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미 플랫폼화를 안정적으로 구축해놓은 만큼, 벌어들인 돈을 주로 내부 투자에 지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실제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R&D 투자 비중은 매출 전체의 25% 이상으로, 업계 내에서도 높은 편이다.
심 애널리스트는 “마진율과 잉여현금흐름(FCF)을 고려하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충분히 R&D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일반적으로 성장하는 사이버 보안 회사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M&A와 R&D 투자를 동반하고 있어 투자에 균형 잡힌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IT 대란 악몽 마무리 국면
주가 부담 있지만 성장성 여전
지난해 말부터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1월 회사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오른 10억1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 조정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 상승한 1억9000만달러(약 2763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무려 15%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을 보수적으로 내놓으며 주가가 출렁였다. 회사는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0.85달러로 전망했다.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실적 발표 후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6%가량 하락했다.
이후 한동안 300달러 중반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올 들어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4분기 주요 실적 지표가 추정치를 웃돌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억6000만달러(약 1조5412억원)와 2억2000만달러(약 3199억원)로 시장 추정치를 3%, 16%씩 웃돌았다. 순신규연간반복매출(ARR)도 2억2400만달러(약 3257억원)로 시장 추정치를 18%가량 넘겼다. 매출 총유지율도 97%에 달해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회사가 촉발한 글로벌 IT 대란 이후 제기된 여러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업데이트 파일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시스템이 충돌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약 850만대 IT 기기가 비정상 종료된 바 있다. 일부 항공사는 대규모 결항을 겪었고, 의료기관 진료와 처방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고객 신뢰를 떨어뜨려, 향후 회사 실적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속속 제기됐다.
지난 4분기 실적은 이 같은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심 애널리스트는 “사고 직후 2개 분기에서 관찰된 피해는 제한적”이라며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매출 총유지율 97%로 고객 이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실적으로 사태 충격을 흡수한 후 올해부터 다시 성장이 진행되는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가 올해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놓은 만큼, 실제로 어떤 실적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 분기 실적 발표에서 회사 이익이 예상한 경로대로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제기하는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정부와 기업 고객이 어떤 사이버 보안 정책을 도입하는지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 일각에서는 눈높이를 낮춰 잡는 사례가 나타났다. 최근 UBS그룹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목표주가를 기존 450달러에서 4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3월 12일 종가(347달러) 대비 여전히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BMO캐피털마켓, 에버코어ISI 등 글로벌 투자기관도 400~450달러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만큼 투자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50% 이상 상승했다. 회사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 매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높은 고객 충성도를 자랑하며 AI 관련 보안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에도 문제가 없다. 향후 기술주 전반의 시장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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