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 12단 샘플을 공급하면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한층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기존 HBM3E 대비 속도와 용량이 크게 향상된 제품을 조기에 출하한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초고성능 AI 연산을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9일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에 HBM4 12단 샘플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출하했다”며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4 12단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역폭과 용량을 갖춘 제품이다.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해 기존 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기준) 40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이번 공급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 경쟁력과 엔비디아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결과로 평가된다. SK그룹의 전폭적 지지도 한몫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AMD와 함께 HBM 기술을 개발한 뒤, 2015년 세계 최초로 HBM을 양산했다. 이후 2022년 HBM3, 2024년 HBM3E 12단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특히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3E 12단을 단독 공급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HBM4는 기존 메모리 대비 더욱 증가하는 AI 연산량을 감당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구글, AMD, 퀄컴 등 AI 반도체 기업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AI 모델이 대형화하면서 초고속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HBM4의 성능 검증과 상용화 속도가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외 복수의 AI 빅테크 기업에도 HBM4 샘플 공급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HBM4가 2025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AI 서버 시장의 메모리 표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HBM4 샘플 공급 소식으로 경쟁사들 움직임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했지만, 이달 말부터 개선된 제품을 출하하며 공급망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년 내 HBM4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CMO)은 “회사는 고객들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 혁신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에 기반해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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