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유럽에서 손 뗀다" 선언하는 셈
"전술 고려보다 경제 논리 우선" 분석도
크리스토퍼 카볼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이 지난해 1월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작전 지휘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토군의 작전을 이끄는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 직책은 그간 미군 장성이 맡아왔는데, 미 국방부가 이 직책을 유럽 국가들에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뤄진다면 가장 상징적인 미국의 '탈(脫)유럽' 행보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NBC방송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미군의 전투사령부 개편 과정에서 나토의 SACEUR 직책을 포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두 명의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SACEUR은 나토의 모든 연합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자리로, 사실상 나토군의 최고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차원의 지원을 감독해온 직책이기도 하다.
그간 관례에 따라 SACEUR은 미군 유럽사령관이 겸임해왔다. NBC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전투사령부를 구조조정하면서 미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관할 지역이 넓어진 사령관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SACEUR 자리를 다른 유럽 국가에 넘길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이행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단, 현직 사령관 크리스토퍼 카볼리 대장 임기가 올해 여름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시기 조직 개편이 단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미 육군 사령관을 지냈던 벤 호지스 미 예비역 중장은 "전략적 차원의 분석이 있기보다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NBC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 중인 변경 사항이 모두 시행될 경우 시행 첫해에만 미 국방예산에서 2억7,000만 달러(약 3,924억 원)를 절감할 수 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