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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엄마가 혼자 돌봐(?)…'男 의무 육아휴직' 주요 기업 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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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국내 주요 300개 기업 중 남성 임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다는 의미다.

비영리 민간 인구정책 전문기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19일 '2025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는 지난 1월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자산 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원은 △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양육 지원 △출산 장려 기업문화 조성 △ 지역사회 기여 등 4가지 영역의 17개 평가지표를 활용해 이들 기업의 인구 위기 대응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52.2점으로 전년 50.1점 대비 2.1점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의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평가 결과, 17개 평가지표 중 12개 지표에서 전년 대비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혼 여성 ·임신부 차별 금지 정책 보유' 지표가 21.3점, '지방 소멸 대응 정책/제도 운영' 지표가 17점이나 상승하며 가장 큰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운영'(-6.5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2.3점) 등 출산과 양육 지원 핵심 지표에서는 오히려 점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가 대상 기업 중 남성 임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12개(전체의 4%)로 확인됐다. 이 중 9개 기업이 롯데그룹 계열사였고, 그 외에 한미글로벌, 한국콜마홀딩스, 코스맥스비티아이가 해당했다. 지난해 대비 3개 기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라 육아휴직 사용률이 공시 의무화된 만큼 향후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 이행 수준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비율은 전년 70.3%에서 올해 68.0%로 1.7%포인트(p)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법적 설치 의무(여성 근로자 수 300인 또는 전체 근로자 수 500인 이상)가 없음에도 롯데캐피탈, 두산퓨얼셀, 카카오게임즈 등 10개 기업이 자발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적 설치 의무가 있는 249개 기업 중 55개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이 의무 불이행 시 부과되는 과태료(최대 연간 1억 원)보다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출산·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는 임직원을 위한 온보딩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전체의 8%(24개)에 그쳤다. 법적 의무 기간을 초과해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31개, 배우자 출산휴가를 확대 제공하는 기업은 2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60.5점), 도매 및 소매업(58.3점), 전자 기계 및 장비 제조업(58.1점) 순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인구 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으로는 KB국민카드(80.8점), KB국민은행(79.8점),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삼성생명(76.9점) 등이었다. 이들 기업은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출산 및 양육 지원 제도 운영' 항목 등에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건설 및 부동산업(46.4점)처럼 여성 임직원 비율이 낮거나 증권 및 기타 금융 서비스업(50.0점)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은 평가 결과가 저조했다. 이처럼 산업별 특성과 기업 규모에 따라 제도 도입에 차이가 뚜렷한 만큼, 산업별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혜정 한미연 인구연구센터장은 "아직 평균 52점대로 갈 길이 멀지만 지난해 대비 많은 지표에서 개선이 이뤄진 점은 고무적"이라며 "특히 일부 선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여 이러한 우수 사례가 전체 산업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인력 부족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구 위기를 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가족 친화적 문화 확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연은 오는 31일까지 '2025 인구경영 우수기업 심화평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심화평가는 기업이 제공한 내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산·육아 지원 제도의 실질적 성과를 41개 세부 지표를 통해 분석하며, 올해는 중견·중소기업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참여 기업은 무료로 인구경영 진단과 맞춤형 개선방안을 제공받을 수 있어 ESG 경영 강화에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심화평가 결과 선정된 우수기업은 오는 10월 시상 예정이며, 심화평가 참여 희망 기업은 한미연으로 문의하면 된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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