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1천석 매진을 기록한 한화생명볼파크.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17/ |
시범경기 첫날부터 만원관중 찾은 사직구장.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08/ |
신축구장 첫 오픈.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찾은 야구팬들. |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설레는 2025시즌. 가을야구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을까. 프로야구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인 심정으로 오는 22일 개막하는 새 시즌을 앞두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야구계는 암담했다. 종전 840만 관중(2017년) 이후 야구 열기가 점차 줄어든데다, 코로나19에 직격탄까지 맞으며 최다 관중 신기록 돌파는 요원해보였다.
하지만 허구연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시도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축구 등 다른 스포츠는 물론 영화 등 오락거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가 그렇듯, 1000만이란 숫자는 야구계에게도 특별한 울림을 준다. 단순히 프로야구라는 스포츠를 넘어 '프로야구 관람'이 보편적인 놀잇거리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환희와 감동으로 가득 찼던 1년을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한해. 이제 1088만 7705명이란 숫자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프로야구는 올해도 1000만 관중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야구계 관계자들은 프로야구가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동력으로 탄탄한 팬층을 지닌 지방 팀의 약진을 꼽는다. 최근 들어 수도권 강세가 뚜렷했기 때문.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두산-한화전. 경기 전 한화 류현진이 훈련하고 있다. 청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8/ |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을 우승했고. 삼성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두 팀은 프로야구 전통의 강팀, 라이벌이자 인기팀이자, 올시즌도 우승을 다툴 강력한 후보들이다.
KIA 삼성이 탄탄한 전력으로 5강 진입이 유력한 만큼, 만약 올해 롯데와 한화마저 동반 5강 진출이 이뤄진다면 그간 수도권팀이 주도해오던 가을야구 판도가 뒤집히게 된다. 두 팀의 성적 상승으로 인한 오래된 팬들의 복귀, 신규 팬층 유입은 물론, 뒤처진 다른 팀들의 추가적인 투자 의지, 팬심 결집도 부를 수 있다.
10개 구단은 그라운드 위에선 적이지만, 야구장 밖에선 동업자 관계다.
롯데와 한화는 프로야구 '만년 하위권' 두 팀이다. 롯데와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각각 2017년, 2018년. 포스트시즌 무산이 가장 오래 이어진 두 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조금 더 멀다. 롯데는 1992년, 한화는 1999년이다.
한때 하위권 단골손님으로 엮이던 LG는 2020년대 들어 가을야구를 놓치지 않는 강팀으로 우뚝 섰다. 2년 전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막내' KT 위즈 역시 2021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매년 가을 무대에 얼굴을 비추는 강팀으로 도약했다.
한화와 롯데의 동반 가을야구 진출은 21세기 들어 단 한번도 없었다.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1999년이 마지막이다. 올해 성사된다면 26년 만이다.
두 팀이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택한 방법은 꾸준한 투자였다. 2020년대 들어 두 팀이 외부 영입과 내부 잔류를 더해 FA에 쓴 비용만 각각 500억원이 넘는다.
한화는 류현진(8년 170억원)을 비롯해 정우람(4년 39억원) 최재훈(5년 54억원) 채은성(6년 90억원) 이태양(4년 25억원) 안치홍(4+2년 72억원) 엄상백(4년 78억원) 심우준(4년 50억원)까지 매머드급 투자를 계속해왔다.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두산-한화전. 경기 전 한화 김경문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청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8/ |
한화는 앞서 e스포츠 무대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달콤한 성공을 맛봤다. 압도적인 투자로 주축 멤버를 붙잡고, 꾸준히 전력을 보강한 결과 한화생명 리그오브레전드팀은 지난해 LCK(한국리그) 서머 시즌 우승에 이어 올해도 봄시즌 및 국제대회 우승이란 과실을 거둬들였다.
야구팀은 지난해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컴백시켰고, 시즌 중임에도 승부사 김경문 감독을 과감하게 영입했다. 올해는 신구장 한화생명 볼파크까지 개장한다. 말 그대로 '물량 공세'다.
야구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리그 톱클래스 선발진을 구축한 점이 인상적이다. 류현진을 중심으로 외국인 선수 폰세와 와이스, 문동주에 FA 엄상백이 더해지며 구위와 존재감 면에서 막강한 선발진이 완성됐다. 김서현부터 주현상에 이르는 불펜도 빈틈이 없다. 4번타자 노시환이 살아난다면 지난해 팀 OPS(출루율+장타율) 9위에 머물렀던 타선에도 힘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 역시 박세웅(비FA 연장계약, 5년 90억원) 유강남(4년 80억원)을 비롯, 안치홍(4년 56억) 전준우(4년 34억, 4년 47억) 이대호(2년 26억) 한현희(4년 40억) 노진혁(4년 50억)에 지난 겨울 김원중(4년 54억원) 구승민(2+2년 21억원)까지 2020년 이후 FA 시장에서 5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선발 등판 투구하는 롯데 박세웅. |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의 존재감은 롯데가 올해 FA 외부 영입 없이도 가을야구를 꿈꾸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반즈-데이비슨-박세웅-김진욱-나균안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만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정철원 구승민 김원중의 필승조 라인도, 베테랑 전준우부터 '윤고나황손'으로 이어지는 젊은 타선도 가을야구에 올라설 힘이 있다는 평가.
두 팀의 봄날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한화는 1무2패 후 5연승을 내달리며 KT(6승1패)에 이어 시범경기 2위에 올랐다. 반면 롯데는 빈약한 득점력에 발목을 잡히며 2승2무4패를 기록,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8위에 그쳤다.
한화와 롯데 모두 현 시점에선 '안정적 5강' 전력으로 꼽기에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 야구계의 시선.
하지만 야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매년 뜻밖의 변수가 등장하고, 144경기의 대장정 과정에서 수차례 달라지는 흐름 때문이다. 한화와 롯데가 충성 팬들의 성원과 함께 선전한다면 2년 연속 프로야구 1000만 관중은 물론 신기록 경신도 꿈이 아니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와 KIA의 경기가 열린다.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08/ |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