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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 변기 '아메리카'. /구겐하임미술관 |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한화 90억원 상당의 ‘황금변기’를 훔쳐 팔아치운 일당이 범행 5년 만에 처벌을 받게 됐다.
1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황금변기 절도를 공모한 혐의로 마이클 존스(39)와 프레데릭 도(36)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두 사람은 각각 강도, 장물 이전 조력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형을 정하는 재판은 추후 열릴 예정이다. 도의 재판은 오는 5월로 예정됐으나, 존스나 주범 션의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존스 일당이 훔친 황금변기는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예술 작품이다. 블레넘궁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중 하나였다. 작품에는 18k금 98㎏이 사용됐다. 카텔란은 작품에 ‘아메리카(America)’라는 제목을 붙이고, ‘99%를 위한 1%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존스는 이미 붙잡혀 유죄 평결을 받은 사건의 기획자이자 주범인 제임스 션(40)의 사주를 받고 사건 당일 새벽 최소 2명의 다른 일당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존스 일당은 사건 당일 대형 망치와 쇠지렛대 등을 동원해 약 5분 만에 황금변기를 뜯어냈으며, 이후 이를 훔친 차량에 싣고 도주했다.
존스는 범행 전날인 전시회 개막일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관람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해당 변기를 직접 사용하기도 했는데, 당시 경험에 대해 “아주 인상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공범 도는 직접 절도에 가담하진 않았다. 그는 존스 등이 황금변기를 뜯어내 도주한 이후, 주범 션과 모의해 황금 변기를 옮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범행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계획되고 수행된 대담한 습격”이라면서도 “범인들은 조심성은 떨어졌다. 그들은 법의학과 CCTV, 휴대전화 기록 등의 형태로 증거를 남겼다”고 했다.
범인들이 붙잡혀 유죄 평결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황금변기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이들이 황금변기를 조각내 녹인 후 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록 도난당한 금이 전혀 회수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소로 더 광범위한 범죄와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와해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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