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용융자 잔액 추이./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자 신용융자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3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로 불린 철강주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신용융자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종목들이 공매도 대상이 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한다고 조언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잔액은 18조1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 10조4642억원, 코스닥 시장 7조6962억원 규모다. 지난달 26일 18조원을 넘어선 신용융자잔액은 이달 들어 18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비상 계엄으로 인한 정치 리스크 등 투자 심리 악화로 증시가 부진하자 신용융자잔액은 15조1632억원(12월12일)으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당시 규모와 비교하면 3조원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신용융자잔고는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공격적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수혜주'로 지목됐던 종목들의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용융자잔고 비율 상위 60위 안에는 휴스틸(63%), 하이스틸(6.36%), 동양철관(4.69%), 부국철강(4.03%) 등 철강주가 여럿 자리했다. 철강주는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중국 철강 업체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말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신용융자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업종과 종목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상적으로 빚투는 단기 매매와 그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직후 업종간 변동성이 확대되며 지난해 연말 이후 신용잔고가 급등한 종목이 공매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2021년~2023년 공매도 상위에 위치한 기업들의 신용융자비율을 계산해본 결과 신용융자비율이 4~5%대로 나타났고, 특히 상위 10개 종목에는 신용융자비율이 10%를 초과하는 기업들이 다수 위치했다"며 "신용비율이 높은 종목들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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