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는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5000억유로(792조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를 초과하는 국방비는 부채한도 규정에 예외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본법 개정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상원(참사원)에 참여하는 16개 연방주 대표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승인이 필요하다. 상원은 21일 표결 예정이다.
인프라·기후변화 대응용 특별기금 5000억유로는 지난해 연방정부 예산 4657억유로를 넘어서는 규모로, 최장 12년간 사용할 수 있다. 국방비는 사실상 무제한 늘릴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국방비는 정규예산 520억유로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책정한 특별예산 사용액 198억유로를 합해 718억유로였다. 여기서 최근 유럽 정치권 논의대로 GDP 대비 3.5%까지 국방비를 늘릴 경우 연간 1500억유로 안팎으로, 지난해 국방비의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막대한 돈 풀기로 독일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이날도 독일 증시 닥스40 지수는 전날보다 1% 넘게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화도 한때 1.095달러를 넘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2.1%로 올렸다.
반면에 장기간 대규모 정부 지출이 재정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프리드리히 하이네만은 독일 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현재 62%에서 빠르면 2034년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BNP파리바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2.8%대에서 2028년 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렇게 오른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지막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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