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홍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방에 추가적인 주택을 구입하면 다주택자 중과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 5%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를 지방 주택 추가 구매자에 한해 폐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번째부터 보유하는 주택이 수도권이면 기존 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며 “현재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수요를 지방으로 돌리고, 수도권·지방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선심성 립서비스”라며 “이미 종부세 등은 크게 완화됐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이 이달에만 굵직한 감세 카드를 두 번이나 빼들며 치고 나가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현행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를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가령 20억원의 재산을 두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유산세 방식에선 2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두 명이 나눠 납부하지만, 유산 취득세 방식이면 각각 1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내면 돼 세 부담이 줄어든다.
민주당의 감세 선공에 국민의힘은 겉으론 “위장쇼”(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이 대표가 논란 속에도 보수 진영의 상징인 감세 이슈 선점을 시도하면서 이슈 메이킹을 한다”(수도권 의원)는 위기감도 적잖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고,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야권에서 강경론이 다시 고개 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우클릭 행보가 주춤할 때 우리가 감세 정책을 다시 리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민주당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배우자 상속세 면제를 동의할 테니, 초부자 감세 같은 조건을 붙이지 말고 상속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진성준 의장은 18일 “원칙적으로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동의하지만, 대규모 탈세 수단에 악용되지 않을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유리 지갑’을 겨냥한 감세 카드도 꺼냈다. 이 대표가 지난달 18일 “월급쟁이는 봉이냐”고 한 뒤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한도를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광현 의원은 지난 6일 ‘근로소득세 과세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근로소득세가 468%나 증가했고, 합리적 조세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정밀한 공약을 준비하기에 빠듯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감세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졸속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졸속 감세 정책을 양산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국희·강보현·조수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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