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자랑했던 '기적의 아이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작별할 것임을 스스로 알렸다.
에릭센은 최근 인터뷰에서 맨유가 자신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분위기만 보면 에릭센은 맨유 유니폼을 벗고 자유계약(FA) 신분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에릭센의 경기력이 떨어진 가운데,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서는 구단도 없어 그의 프리미어리그(PL) 잔류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에릭센은 "나는 구단으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고, 따라서 우리의 동행이 중단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내 생각은 그렇다"며 "내 계약은 이번 여름에 만료된다. 나는 새로운 것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걸로 만족한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릭센은 이어 "심장마비 이후 계약을 해지하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당시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면서 "어떤 제안이 들어올지 기다리고 있다. 성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을 거고, 적당한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거다. 무엇이 옳은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토트넘에서 델레 알리, 손흥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준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기여했던 에릭센은 UEFA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일어난 뒤 복귀에 성공해 한때 '기적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토트넘에서 뛸 땐 손흥민, 해리 케인, 델레 알리와 함께 토트넘의 'DESK 라인'을 형성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4명 유니폼 등록명을 따고 나니 DESK가 만들어졌다. 델레의 D, 에릭센의 E, 손흥민의 S, 케인의 K로 DESK가 완성됐다. 손흥민이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총 127골을 만들어냈는데 그 중 에릭센의 어시스트가 10개로 2위다. 케인이 24도움으로 손흥민 최고의 도우미인데 그 다음이 에릭센이다.
토트넘을 떠나 이탈리아 인터 밀란에서 활약하던 시절 뛰었던 유로 2020에서 사고를 겪은 그는 이후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했다.
인터밀란과의 계약을 해지한 뒤 친정팀 아약스에서 몸을 끌어올렸고, 지난 2022년 겨울 은사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지휘하는 브렌트퍼드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에릭센의 경기력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자 2022년 여름에는 맨유가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선 끝에 에릭센을 품었다.
에릭센은 에릭 텐 하흐 전임 감독 체제에서 나름대로 무난한 활약상을 보였으나, 후벵 아모림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패스 감각과 경기 조율 능력은 여전하지만 미드필더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동력을 중시하는 아모림 감독 아래에서 에릭센이 살아남을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맨유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에릭센과의 동행을 마치기로 결정했고, 이를 눈치챈 에릭센도 새로운 팀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에릭센은 이번 기회에 프리미어리그를 벗어나 해외로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아직 현역 생활을 이어갈 의지가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 계획은 영국에 머물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나는 미국으로 가지 않을 거다. 그렇게 멀리 갈 생각은 없다. 나는 유럽에 머물고 싶지만, 덴마크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이야기했다.
또 "덴마크로 돌아오면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나는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내 꿈은 국가대표로 뛰는 거다. 아직 집에 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