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치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새로운 단면을 발견하는 듯한 재미를 주는 영화 '계시록'이 전 세계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현실에 가깝게 닿은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로 재미를 견인한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성민찬 목사(류준열 분), 이연희 형사(신현빈 분), 전과자 권양래(신민재 분) 등 주요 인물들이 각자 처한 상황을 따로따로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이들이 어떠한 계기로 엮이고 또 어떤 결론을 선택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성민찬 목사가 이끄는 개척교회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새로운 구역에 작은 교회를 짓고 선교활동을 하는 성민찬은 신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아내가 바람피우는 정황을 아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차분함과 신실함을 잃지 않는 인물.
하지만 우연히 교회를 방문한 권양래와 얽히면서 의도치 않은 상황을 계속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다 계속 더 크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그가 모든 것을 신의 계시라며 합리화해 나가는 과정은 인간의 양면성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살 것으로 보인다.
성민찬은 배우 류준열이 맡아 연기했다. 목사 역할은 이 작품에서 처음 맡았지만, 기도 장면의 대사를 직접 만들고 여러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며 캐릭터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목사로 신도들의 존경을 받지만, 알고 보면 나약하고 추악한 성민찬의 면모를 보는 사람이 짜증 날 만큼 실감 나게 연기하며 오랜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성민찬의 교회에 등장한 권양래 역할은 배우 신민재가 맡았다. 전과가 있고, 행색이 초라하고 거친 권양래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가장 위험한 인물로 묘사 되는 듯하지만, 작품의 특정 지점까지는 이 인물의 사연과 그가 선택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끝까지 이 인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극적 긴장감을 끌고 간다.
신현빈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 역을 맡았다. 이연희는 친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권양래가 출소한 것을 알게 된 후 계속해서 그를 지켜보면서 성민찬과도 엮이게 된다. 신현빈은 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크서클과 주근깨를 그려 넣고 숏컷을 하는 등 비주얼적인 변신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 작품의 거의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워낙 하얀 얼굴이라 분장으로 그려 넣은 잡티가 인위적으로 도드라지고, 무엇보다 충분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감정 표현의 깊이가 아쉽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며, 뭔가를 할 듯 말 듯 하다가 어영부영 끝나버리고 마는 느낌이라 분량도 표현력도 부족해 보인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성민찬이 신의 계시로 인식하는 여러 자연 속 모양을 CG로 표현한 장면들은 높아진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다소 아쉽고 단조롭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작품에 숨은 뜻을 극 후반부 학계 전문가나 교수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방식은 연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방식을 답습해 아쉽다.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화두는 묵직하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심리적 환상과 트라우마를 주된 소재로 새로운 결의 영화를 들고 왔다는 점은 흥미롭다. 내밀한 심리 스릴러로 '연니버스'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만 봐도 '계시록'은 시간을 들여 볼 만한 의미가 충분히 있다.
'계시록'은 넷플릭스에서 오는 21일 공개된다. 감독 연상호. 각본 연상호, 최규석. 출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사진출처 = 넷플릭스]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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