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대표적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 이사회에 참석 중 취재진을 만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관련한 미공개 파일을 삭제하지 않고 18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에 반기를 드는 사례가 늘며 행정부와 사법부 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외국인 수백 명을 비행기 3대에 태워 추방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의 조직원 중 미국 내에 있고 미국 시민이 아닌 14세 이상 베네수엘라 국적자를 검거·구금·추방하도록 지시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방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무시했다. 워싱턴 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수용 시설에 갇혀 있던 베네수엘라 국적자 5명이 낸 '집단소송 청구 및 인신보호영장 신청'을 심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행기를 돌릴 것을 요구했지만 따르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을 고의로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그버그 판사의 명령이 서면이 아닌 구두로 내려졌기 때문에 집행할 수 없었고, 명령이 내려질 당시 비행기는 이미 미국을 떠났다는 것.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 교수 라샤 알라위에가 비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레바논 헤즈볼라 전 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운대가 있는 로드아일랜드주 주 의사당 앞에서는 알라위에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5.03.14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충돌이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생시민권 폐지, 연방 직원 해고 등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법원이 제동을 걸자 백악관도 이에 항소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의 부국장인 리 겔런트는 법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연방 법원이 이 문제에 아무런 역할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을 검토할 수 없고, 이는 매우,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인 데이비드 슈퍼도 워싱턴포스트(WP)에 "어떤 경우에는 법원 명령에 대한 터무니없는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법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나섰다.
볼티모어 대학교 로스쿨 교수 킴 웨일은 NBC에 "우리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축적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에 반대된다"며 "트럼프가 이제 법이다. 그는 무엇이 합법적이고 무엇이 불법적인지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컬럼비아 로스쿨 이민자 권리 클리닉 소장인 엘로라 무케르지도 BBC에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이민 문제에서 행정 권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추방 항공편에서 한 것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원 명령을 고의로 무시할 때, 미국 헌법에 의해 확립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위험에 처하고 우리의 헌법적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